이한신의 실크로드기행

    문화 / 시민일보 / 2003-05-05 17: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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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원의 나라’ 키르키스탄 입성
    그런데 오늘 아침 키르키스탄 비슈켁으로 여행을 떠나는 나를 배웅해 준다며 새벽같이 일어나 아침식사까지 준비를 해주는 모습을 보니 이만저만 미안한 것이 아니었다.

    여행을 떠나는 내가 불안해 보였던지 터미널까지 나와 출발하는 나를 확인을 한 후 회사로 출근을 하는 라야가 오늘따라 왜이리 예뻐 보이는지 모를 일이었다.

    카자흐스탄의 알마타에서 키르키스탄의 비슈켁까지는 230km로 대부분 국영버스 밖에 없었던 예전과는 달리 지금은 미니버스와 택시가 상당히 늘어났다.

    보통 12인승 전후한 미니버스는 500뎅가로 국영버스 보다 한시간 정도 빠른 4시간정도 걸리며 4명을 태우고 가는 택시는 1인당 1000뎅가를 받아 미니버스 보다 30분 정도 일찍 도착을 했다.

    미니버스와 택시는 인원이 꽉 차는 대로 시간에 관계없이 출발을 하는데 반해 국영버스는 한시간에 한대씩 출발을 하니 시간의 제약을 받아야만 했다.

    비슈켁으로 여행할 때마다 항시 느림보 국영 대형버스를 타고 움직였던지라 알마타와 비슈켁의 그림 같은 초원은 하나도 빠짐없이 구경을 했던 여러 번의 경험으로 이번에는 약간 빠른 미니버스를 타고 초원의 나라 키르키스탄 비슈켁으로 들어왔다.

    예전과 마찬가지로 중앙선이 있는 둥 마는 둥 하는 건 매마찬가지였으나 완전히 달라진 것이 하나가 새로이 생겨났다.

    바로 국경 검문소였다.

    카자흐스탄의 국경검문소는 분명 검문소로 보였지만 키르키스탄의 국경검문소에는 달랑 나무 바리케이트 하나로 가려 놓은 것이 전부였고 카자흐스탄의 국경 쪽에는 구 소비에트 여권을 가진 사람들은 그냥 통과가 가능했지만 그 밖의 국민들은 일일이 여권을 확인한 후에나 통과가 되었다.

    반면에 키르키스탄의 국경쪽에서는 군인들이 하는 일이 없어 보였다. 카자흐스탄의 군인들이 모든 것들을 알아서 체크해주니 키르키스탄의 군인들은 그저 웃으면서 환영한다는 말밖에 필요 없었고 여권도 슬쩍 보고는 입국 스탬프도 알아서 하라는 식이었다. 4시간만에 싱겁게 도착한 비슈켁은 모든 것이 변함 없이 그대로의 모습으로 나를 반겨주었다.

    4년전에 키르키스탄을 배낭여행 하면서 겪었던 생각을 하면 다른 한편으로는 나를 무척 예민하게 만들었다.

    아프카니스탄과 타직크스탄 그리고 우즈베키스탄과 연계된 이슬람 반군단체의 내전으로 인해 무자비하게 군인과 경찰들이 깔려있는 비슈켁에 도착하자마자 독수리의 눈빛을 하고 달려온 경찰에게 여권을 보여주자 바로 터미널 지하에 있는 경찰 심문소로 나를 데려가서는 배낭을 뒤집어엎어 먼지하나까지 샅샅이 뒤지고 나서 그것도 모자라 내 팬티만 남겨놓고 검문을 하는데 이건 검문이 아니고 고문에 해당하는 사항이었다.
    여행전문가 kapabah@chollia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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