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신의 실크로드기행

    문화 / 시민일보 / 2003-05-18 16: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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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트집 잡아 웃돈 달라는 경찰
    2∼3분만에 카자흐스탄에서 키르키스탄으로 넘어간 것에 비하면 오늘 우즈벡키스탄으로 넘어오는데 한시간 동안 옥신각신을 해야만 했다.

    가뜩이나 무겁게 느껴졌던 배낭과 함께 카자흐스탄 국경 쪽에서 블랙 마켓에서 우즈벡케스탄의 화폐인 숨으로 바꾼 20달러마저 짜증스러웠다

    1뎅가에 8.4숨, 1달러에 1290숨으로 25,800숨이나 되었다.

    대부분 200숨이하 짜리숨으로 환전을 했으니 150장에 가까운 숨이었다. 땀에 젖은 청바지의 주머니에 150장 정도를 구겨 넣으니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었다.

    겉잡을 수 없이 벌어지는 달러와 숨과의 격차 때문에 세어보기에도 벅찰 지경이었다.

    각 공화국 돌아보면서 시차적응 하느라 바빴는데 이제는 센츄럴 아시아의 환율 계산하느라 어지럽기 그지없다.

    100달러를 환전하면 블랙마켓에서 129,000숨으로 500숨이면 258장이고 200숨이면 645장 100숨이면 1,290장으로 화폐단위가 작다보니 휴지조각 같은 생각마저 들기도 했다.

    시장을 보러가려면 장바구니와 돈 바구니를 같이 싸들고 가야할 지경인 우즈벡키스탄의 입국은 나를 완전히 미치도록 만들었다.

    국경 검문소를 버겁게 빠져나와 라야의 언니가 살고있는 치르칙크까지40여분 동안 2,500숨 단돈 2달러에 가격 흥정을 한 택시를 잡아타고 드라이브를 한지 채 10분도 안돼 차를 세운 경찰관의 저능아와 같은 행동에 기절초풍할 노릇이었다.

    지금 막 국경선을 넘어온 나에게 거주지 등록이 없다는 이유로 경찰서에 가서 3일간 유치장 신세를 지던지 아니면 말도 되지 않는 200달러를 요구하며 생트집을 잡는데 나는 입에 거품을 물고 기절할 것 같았다.

    “국경선을 통과한지 30분도 안됐는데 언제 거주지 등록을 할 수 있겠냐며 3일안에만 등록하면 되는데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를 하냐”며 “말 같은 소리를 해야지 이게 외국인에게 대하는 태도냐”고 울화가 치밀어 소리를 고래고래 질러댔더니 옆에 있는 라야는 나에게 진정하라며 구 소련의 모든 일은 차근차근 일을 처리해야지 이렇게 큰소리치면 더욱 곤란해질 수도 있으니 자기가 알아서 하겠다고 했다. 어떻게 해석을 해야할지 황당할 노릇이었다.

    이 놈의 경찰관은 한술 더떠 “우리나라 우즈벡키스탄은 점점 폐쇄 정책을 하고있을 뿐만 아니고 독재 정치를 하는 나라이기에 경찰관이 집행관”이라며 “법이 없는 무법천지인 여기는 대외정책을 포기한지 오래됐기에 무작정 경찰서에 가서 하룻밤을 구치소에서 보내야 된다”고 얼음장을 놓는데 라야만 아니었다면 경찰서에 가서 잠을 자는 것도 조금의 불편함도 없을 것 같았다.
    여행전문가 kapabah@chollia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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