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신의 실크로드기행

    문화 / 시민일보 / 2003-05-25 17:3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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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7년 탔어도 쓸만한 ‘모스코비치’
    알마타와 2시간의 시차 때문에 오후 20시만 되면 어두워지기 시작하는 치르칙크 거리는 자동차 불빛과 뜨문뜨문 나타나는 야외카페의 조명만이 거리를 밝혀주고 있을 뿐 밤에는 움직이기가 곤란할 정도였다.

    가게에 물건을 사러가려 해도 자가용으로 10분을 가야할 판이니 스비에타의 집에 머물면서 조심스러운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그래도 한가지 마음놓고 쓸 수 있는 것이 있었다.

    다름 아닌 전기였다.

    왜냐하면 치르칙크의 전기 담당자와 스비에타가 아주 가까이 알고 지내는 사람이라 스비에타의 집에 달린 전기요금계를 떼어가 아무리 전기를 써도 전기요금이 나오질 않기 때문 이였다.

    여름 내내 에어컨을 24시간 풀 가동을 해도 1원 한푼 전기요금을 내는 법이 없다.

    우리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 실제로 여기서는 버젓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에 나는 밤새 불을 켜놓고 책을 보며 음악을 듣고 있어도 조금도 미안함을 가질 필요가 없었으니 얼마나 다행인지 몰랐다.

    바로 여기가 우즈벡키스탄 공화국이다.

    레나의 남편인 세르게이 그러니까 스비에타의 사위가 매일 아침 타슈겐트로 출발하는 버스 터미널까지 자가용으로 바라다 주곤 하는데 그가 몰고 다니는 차가 옛 소련의 그 유명한 모스코비치 자동차였다.

    지금으로부터 자그마치 37년전에 태어난 모스코비치는 얼마나 오래 달렸는지 도무지 알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손질하기에 따라 지금까지 타고 온 만큼 얼마든지 더 탈 수 있다는 세르게이는 하루도 빠짐없이 모스코비치를 정성스럽게 손질한 탓에 겉모습은 거의 다 헐어버렸지만 깨끗하게 사용하고 있었다.

    거기에다가 스비에타의 남편인 발료자는 1971년산 지굴리 자가용을 타고 다니는데 너무 오래 타고 다녀 이제는 사랑스런 부인처럼 애인처럼 되어버렸다며 굴러 다닐 때까지 몰고 다닌다고 했다.

    그러면서 요즈음 나오는 자동차들은 20년은 커녕 10년도 안 돼 망가져 옛것만 못하다고 하였다.

    특히 우즈-대우에서 생산되는 한국산 자가용들은 도로사정이 좋지 않은 우즈벡키스탄에서는 5년도 채 견디지도 못하고 아웃된다하니 이만저만 창피한 노릇이 아니었다.

    내가 서울에서 타고 다니는 차가 햇수로 10년차인 93년도 티코인데 너무 오래되어 새차로 바꾸어야겠다는 생각을 항시 갖고 있었지만 자동차가 움직일 때까지 타고 다녀야 된다는 러시안식 생각에 한국사람들의 생각은 창피하게시리 10분의 1도 따라가지 못하고 있었다

    타슈겐트의 북동쪽에 자리잡은 치르칙크에서 타슈겐트로 출퇴근하며 여행하는 것도 만만한 일이 아니었다.
    여행전문가 kapabah@chollia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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