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판 ‘로미오와 줄리엣’

    문화 / 시민일보 / 2003-06-01 16:2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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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못말리는 귀족 아가씨’
    러시아의 국립 모스크바 예르몰로바 드라마극장이 8일까지 한전아츠풀센터에서 러시아 문호 푸슈킨의 ‘못 말리는 귀족 아가씨’를 공연한다.

    예르몰로바 극장은 옛 소련에서 최초로 ‘인민예술가’ 칭호를 받았던 명여배우 마리야 니콜라예브나 예르몰로바의 이름을 따 세워진 극장으로, 78년의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못 말리는...’은 5편의 독립적인 에피소드로 구성된 산문 ‘벨킨 이야기’ 중 마지막 ‘귀족아가씨-시골처녀’를 극화한 것이다. ‘러시아판 로미오와 줄리엣’으로도 불리는데 극의 결말은 셰익스피어의 그것과 달리 해피엔딩이다.

    원수지간인 두 지주 집안의 아들과 딸이 사랑에 빠지게 된다는 줄거리. 러시아식으로 살기를 고집하는 베레스토프와 영국식으로 생활방식을 바꾼 무롬스키는 오랜앙숙.

    어느 날 베레스토프의 아들 알렉세이가 고향에 돌아오고, 호기심을 못 이긴 무롬스키의 딸 리자는 평범한 시골처녀로 변장, 알렉세이에게 접근한다. 러시아식 재치와 위트가 곳곳에서 반짝인다.

    연출기법에선 브레히트의 ‘서사극’을 썼다. 서사극은 극과 관객 사이에 거리를 두어 관객이 객관적 관찰자로서 판단하고 결론 내릴 수 있게 하는 연극방법론. 애초 원작에는 해설자가 나오는데 이번에는 연출자를 등장시키는 방법으로 바꿨다. 이때 연출자는 무대와 객석의 중개자이자 객관적 서술자인 셈.

    이번 공연에서는 또 ‘연기술의 교과서’로 통하는 스타니슬라프스키 체계도 맛볼 수 있다.

    종래의 신파조 연기를 지양하고 자연스러운 감정 연기를 강조한 이 연기방법론은 창단 이래 예르몰로바 극장의 전통이다. 특히 생전의 스타니슬라프스키에게서 직접 연기술을 지도받기도 했다. 연출은 나탈리아 브리타예바가 했었는데 지금은 작고해, 무대감독인 빅토르 그라체프가 총괄한다.

    극단 동임과 예르몰로바 극장이 공동주최하고 대방기획이 주관한다. 한-러 수교13주년 기념 공연.

    공연 기간 극장 로비에선 러시아 화가들이 그린 ‘항일 독립운동가 50인 초상화전’도 열린다.

    공연시간 평일 오후 7시 30분, 토.일.공휴일 오후 4시.7시. 3만∼10만원.

    (02)595-2144, 4144, 1588-7890, 1588-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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