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움’이 아쉽다

    세상사는이야기 / 시민일보 / 2003-06-02 18: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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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영 란 정치행정팀장
    {ILINK:1} 아침부터 ‘만장일치’의 뜻풀이를 두고 한 기초의원과 설전을 벌인 뒷 맛이 씁쓸하다.

    J의원은 당일 본보에 보도된 기사 중 “중구의회는 지난 103회 임시회에서 ‘당적을 가지지 아니한 자를 주민자치위원으로 위촉한다’고 만장일치로 의결했으나 김동일 구청장이 이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 찬반논쟁이 가열되고 있다.”는 내용에 대해 ‘만장일치’는 사실과 다르다며 거칠게 항의하는 전화를 걸어왔다.

    무슨 기자가 기사를 쓰면서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잘못된 기사를 썼냐며 목소리를 높이는 그의 기세에 눌려 처음엔 무슨 큰 잘못을 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긴장이 되기도 했다.

    그런데 이어지는 그의 말은 황당하다 못해 코미디였다.

    J의원의 주장인즉 주민자치위원 당적배제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는 날 J의원 본인은 다른 볼 일 때문에 의회에 나오지 않았고 Y의원은 회의에 참석했어도 표결 때 불참했기 때문에 ‘만장일치’라는 단어를 쓴 기사가 명백한 오보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J의원의 적반하장일 뿐이었다.

    본 기자는 재선인 J의원을 향해 중구의회 홈페이지에도 친절히 풀이돼 있는 ‘만장일치’의 정확한 개념에 대해 다시 알려주는 수고를 감당해야 했다.

    “의원님, 만장일치의 뜻이 뭡니까? 9명 의원이 참석해 7명 찬성하고 2명 반대면 그것은 만장일치가 아닙니다.

    또 5명 참석해 1명 반대하고 4명 찬성해도 역시 만장일치가 아니지요. 단 3명 참석한 가운데 3명 모두 찬성했다면 그것이 바로 만장일치로 의결됐다고 하는 것이지요.”

    그런데도 J의원은 자신의 오보주장을 굽힐 생각이 없는 듯 했다. 여전히 ‘만장일치’의 뜻 파악이 안됐던 탓이다.

    더구나 J의원은 의회 회기에 불참, 의정활동을 불성실하게 했다는 점을 자인한 셈이다. 또 의회에 나와서 표결에 참석하지 않고 회의장을 떠난 Y의원 역시 할 말이 없기로는 마찬가지인 처지 아닌가.

    사태가 이런데도 뒤늦게 나서서 할 수 있는 말이 남아있다는 사실이 그저 놀랍기만 하다. 최소한 자신의 불찰에 대한 부끄러움 정도는 알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실정이 이러니 기초의회 폐지 여론이 확산되고 있는 정황이 결코 무리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모르면 최소한 알기위해 노력하는 성의라도 보여야한다.

    중구의회만 해도 년간 19억여원에 가까운 구민 혈세를 쓰고 있다.

    누구를 위해 그 많은 예산이 쓰여지고 있는지 한 번이라도 생각해봤다면 ‘구청장의 거부권 행사’를 옹호하기 위해 구의원이 그처럼 두서없이 허둥대는 모양새를 보이진 않았을 것이다.

    비단 이곳뿐이랴 만은 오늘 따라 주민전체를 대표해 조례·예산 등을 심의·의결하고 집행기관의 행정·재정을 통제 감시한다는 의회의 구호가 공허하기만 하다.

    의원 나으리, 부끄러움 좀 챙기자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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