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신의 실크로드기행

    문화 / 시민일보 / 2003-06-04 17:3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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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보로 시내구경 ‘한나절’
    누가 부하라를 한 두시간이면 돌아볼 수 있다 했는지 내가 참조했던 여러 권의 책자에도 영락없이 반나절이면 모조리 구경할 수 있다고 적혀있었지만 막상 부하라의 마음을 읽어보려면 어림없는 소리였다.

    아니면 고장난 시계를 가지고 돌아다닌 것이 분명했다.

    라비 하우스를 중심으로 촘촘히 틀어 박혀있는 갈색 집들과 오전에만 문을 여는 질료이 바자르 그리고 멋진 돔으로 이루어진 콜호스 바자르, 레지스탄 건너편에 있는 아르끄등등을 돌아보려면 비 쏟아지듯 등으로 흘러내리는 땀방울에 뒤범벅이 되어 경보를 해도 족히 하루는 걸린다.

    물론 대충대충 휘귀스럽게 생긴 모스크나 메드레사 앞에서 사진을 찍거나 보잘것없이 작아진 샤슬릭을 먹으며 지금의 투르크메니스탄 실크카펫을 흉내낸 볼품 없는 카펫을 사고 터무니 없이 비싸게 부르는 카라반의 그림 등을 보고 지나노라면 부하라에서 시간가는 것이 지루할 수도 있을 것이다.

    부하라에는 제조업을 하는 공장들을 눈을 씻고 봐도 없다.

    타슈겐트의 생산직이나 일반적인 업무를 보는 사람들이 한달 월급으로 50달러를 받는데 그러면 서쪽으로 560km떨어진 이곳 부하라의 한달 월급은 얼마나 받을지 의심스럽다.

    그 대신 여긴 여행 온 외국 여행자들의 호주머니에서 나오는 달러로 넉넉하게 살아가고 있었다.

    다른 한편으로 나를 멍하게 만든 것 중에 하나는 그 많은 모스크와 메드레사 안과 그 앞의 광장까지 합하면 200% 가깝게 기념품을 판매하는 상점들과 레스토랑이 외국 여행자들을 현혹시키고 있었다.

    겉모습이 온통 1000년전의 모습이라면 안의 모습은 모조리 상가로 만들어 놓아 기가찰 노릇이었고 장사하는 사람들은 수제품이라 말을 하지만 기계로 찍어놓은듯한 똑 같은 기념품들은 부하라의 모습을 값싸게 만들어 버렸다.

    그런 와중에 인투리스트를 이용해 단체로 관광 온 사람들이 고급스런 식사를 하고 돌아가는 라비 하우스 안의 레스토랑은 참으로 멋지게 내부 장식을 해놓았다.

    한낮의 부하라와 한밤중의 부하라가 만나 조화를 이루는 곳이 여기뿐인가 한다. 내가 묶고 있는 샤샤와 그의 아들이과는 호텔의 여주인에게 내가 내일 40회 생일을 맞게 되었으니 아침식사를 주문하고 싶다하자 아주 맛있게 아침식사를 준비해 놓을 테니 걱정 말라 하는데 의외로 영어가 능통한 넉넉한 러시안 아줌마였다.

    키질쿨 사막에서 불어오는 뜨거운 바람과 물이 귀한 부하라에서 여유 있게 샤워를 할 수 있고 에어컨이 빵빵 돌아가는 방안에서 풍성한 과일을 먹으며 여행을 한다는 것은 과거로 돌아가기 싶지 않은 부하라일 것이다.
    여행전문가 kapabah@chollia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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