等 神

    세상사는이야기 / 시민일보 / 2003-06-09 20: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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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영 란 정치행정팀장
    {ILINK:1} 이상배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이 9일 방일중인 노 대통령을 겨냥해 날린 ‘등신외교’ 발언이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이의장이 이날 오전 한나라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노 대통령의 이번 방일 외교는 한국 외교사의 치욕 중 하나로 기록될 것”이라며 “‘등신외교’, ‘굴욕외교’의 표상으로 기록될 이번 방일에 대해 국민 앞에 사과하라”고 비난한 말이 화근이 됐다.

    청와대는 즉각 “한나라당의 오늘 망언은 국가원수와 국민에 대한 있을 수 없는 모욕이며 강력한 유감의 뜻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며 사과를 요구했고 민주당 역시 “대한민국 국회의원의 말로 믿어지지 않는 천박한 수준의 발언”이라며 “발언을 취소하고 당직에서 사퇴하라”고 이의장을 향한 공세에 나섰다.

    같은 시간대, 대통령은 일본 중의원 본회의장에서 연설 중이었고 일본의원들은 수차례에 걸친 박수와 기립박수로 대통령을 환대했다.

    “불행했던 과거사를 상기시키는 움직임이 일본에서 나올 때마다 한국 등 아시아 각국 국민은 민감한 반응을 보여 왔고, 방위안보법제와 평화헌법 개정 논의에 대해서도 의혹과 불안의 눈으로 지켜보고 있다” “과거는 과거대로 직시해야 하며 솔직한 자기반성을 토대로 상대방을 이해하고 평가하도록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

    이만하면 유사법제나 과거사에 대해 대통령은 일본을 향해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했다고 본다. 적어도 ‘등신’ 소리를 들어야할 만큼은 아니라는 뜻이다.

    우리의 국민성이 아무리 성급하다해도 이의장 발언에 대해 국민들이 ‘너무했다’는 반응을 보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더구나 대통령의 외교활동이 미처 끝나지도 않은 시점 아닌가.

    지금은 ‘정치인이라서 여론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할 처지인줄 알지만 여론에서 맞더라도 장기적으로 국가와 국민에 유익한 방향을 선택한다’는 대통령의 고충을 조금이라도 헤아려줘야 할 시점이다. 그것이 국익을 위하는 일이기도 하다.

    새 대통령을 맞이한 지 이제 겨우 100일이 지났을 뿐 아닌가.

    무언가 끊임없는 요구를 들이밀며 성과를 내지 못한다고 대통령을 성토하는 것은 백일상을 받은 아기에게 달리라고 하는 것과 다를 바 없는 무리한 억지다.

    더구나 파문의 당사자인 이의장이 여권의 반발에 대해 “사과요구 자체가 망동”“자가당착이고 제발등찍기”라고 주장하고 있다니 문제다.

    힘이란 제대로 쓸 때 그 가치를 인정받게 된다.

    또한 힘의 남용은 반드시 후유증을 동반하기 마련이다.

    지금 거대야당이 누리고 있는 다수의 힘은 저절로 얻어진 게 아니다.

    국민의 지지와 성원이 뒷받침 됐기에 가능했다.

    내년 총선은 1년도 채 안 남았다.

    지금처럼 안일을 꿈꾸다가는 큰 코 다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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