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신의 실크로드기행

    문화 / 시민일보 / 2003-06-29 17:3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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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방이 온통 ‘옥수수 밭’
    은은한 섹스폰 소리가 두산베의 밤 하늘을 수놓고 있다.

    조금전 호텔로 걸어오며 지나친 카페에서 파티를 하는데 엄청난 과일과 양고기 요리하며 섹시하게 원피스를 입은 여성들과 정장 차림의 멋들어진 남정네들이 여름밤의 별빛과 함께 부드러운 섹스폰의 리듬에 맞춰 브루스 춤을 추는데 은근히 함께 하고픈 마음이 들었다.

    6월 말경 중국의 투루환을 여행하면서 투루환 시내의 한복판에 3km의 포도거리가 있어 아직 영글지 않은 포도넝쿨을 보며 지나쳤었다.

    두산베의 거리는 두산베의 기차역부터 시작해 두산베 시내의 맨 끝부분에 해당하는 스메니자보그까지 약 10km의 거리가 30~40m나 되는 거목들이 시내중심의 도로안쪽으로 하늘이 보일 조금의 틈도 보이질 않았다.

    일자로 쭉 뻗어있는 두산베의 시내는 약간 경사로 되어있어 자전거 타고 돌아다니기에 아주 좋아 보였는데 자전거를 빌려주는 곳이나 판매하는 상가가 전혀 보이질 않았다.

    두산베의 거목들 만큼 빼곡히 자리잡고 있는 것이 또 있었는데 다름 아닌 경찰관들이었다.

    약 200~300m마다 한사람씩 지휘봉을 들고있는데 지나가는 자동차들의 30%정도는 영락없이 경찰관의 지휘봉에 따라 여권을 보여줘야 했고 그럴 때마다 운전자의 지갑에서 나온 돈은 경찰관들의 주머니로 쏙쏙 잘도 들어갔다.

    여기 경찰관들도 두산베 시내에 조그마한 빌딩이나 큼지막한 전원주택을 하나씩 가지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보든말든 경찰관들은 닥치는 대로 돈을 걷고 있었다. 돈을 긁고있던 말던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었고 그 많은 경찰관들 중에 여행자인 나에게 여권을 보여달라는 사람은 단 한사람도 없었고 단지 내 튿어진 청바지가 좀 보기에 거슬려 보였던지 슬그머니 쳐다보기만 했다.

    조그마한 두산베에 또하나 건달 같은 사나이들이 많았다.

    직업이 진짜 건달 같지는 않았지만 빵빵한 체격에 짧게 머리를 하고 검은 양복에 팔자걸음을 하며 돌아다니는 젊은이들이 참으로 많이 눈에 띄었는데 걷다가 돌멩이에 걸리기라도 하면 넘어지기 십상이었다.

    내전이 한창이었을 때 반군단체에 참전했던 용감한 전과가 있는걸 자랑이라도 하고 싶은건지 아니면 두산베의 유행인지 모를 일이지만 겉보기에 좀 부담스러웠다.

    마지막으로 많은 것이 또하나 있다. 석류와 함께 다름아닌 옥수수였다. 키가 자그마치 5m에 가까운 옥수수 밭이 얼마나 많은지 심지어는 우즈벡키스탄의 싸리나수 국경선을 넘어 타직크스탄의 빠흐따바드에 들어오자 마자 옥수수 밭이 이어지기 시작해 온통 두산베을 감싸고 있었다.
    /여행전문가 kapabah@chollia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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