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쉼터…‘남산’ 되짚기

    문화 / 시민일보 / 2003-07-07 19: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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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준식 교수의 新 서울기행 최준식 지음/ 열매 刊
    “독자들에게 서울의 진면목을 알려야 한다는 생각에서 틈틈이 남산을 오르내린 것도 수백번이 넘습니다”

    이화여대 최준식 교수(한국학.47)가 남산 일대 문화유적과 그에 얽힌 역사를 꼼꼼히 기록한 ‘新 서울기행’ 시리즈 가운데 첫권 ‘서울인들의 영원한 휴식처, 남산 답사기’(부제)를 출간했다.

    지난 97년 한국인과 한국문화의 권위주의와 이기주의를 꼬집은 ‘한국인에게 문화는 있는가’(사계절.1997)를 출간, 주목을 받았던 최 교수가 이번에는 서울의 명소인 ‘남산’으로 눈을 돌린 것. 국제한국학회 회장이기도 한 그에게 아마도 서울과 남산은 한번은 넘어야 할 산이 아니었을까.

    최 교수는 서울 기행문을 준비하기 위해 남산을 비롯한 서울 구석구석을 ‘초심’을 갖고 답사하기 시작, 토박이 서울사람들도 모르는 삽화같은 뒷얘기들을 다수 건저 올렸다.

    일례로 ‘안개 낀 장충단공원’을 들으면 요절가수 배호의 노래제목을 떠올리는 사람이 많지만 이곳이 일제와 얽혀있다는 사실은 잘 모르고 있다.

    “장충(奬忠)은 충을 권장한다는 뜻입니다. 을미사변 때 명성황후를 지키다가 역부족으로 순국한 홍계훈 대장을 비롯한 군인들과 궁내부 대신 이경직 등을 주신(主神)으로 모셔 그들의 장렬한 충정을 기리고자 했던 것이지요. 사당은 일제가 강제합병과 동시에 철거하고, 항일 기운을 누르기 위해 일대에 수천 그루의 벚꽃 나무를 심어 공원을 만들었던 것입니다”.

    최 교수는 민속신앙과 관련한 문화재가 ‘하위문화의 산물’이라는 인식은 시대에 뒤떨어진 것이라면서 이것들을 관광자원으로 승화시키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강조하면서 남산자락의 ‘와룡묘’를 예로 들었다.

    “남산을 오르는 길에 제갈공명(와룡 선생)을 제사 지내는 와룡묘(臥龍廟)가 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이곳에는 와룡상뿐 아니라 관우상이 모셔져 있고, 인근에는 단군사당, 삼성각, 약사불 등 전통신앙이 한데 어우러져 민속신앙지로서 가치가 커요”

    그는 묻혀 있는 문화유적을 알리고 제대로 보전할 때 남산은 살아있는 역사교육의 장(場)으로 거듭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책에는 남산에서 내려다본 서울의 풍수에서 부터 경희궁, 영험이 서린 국사당, 남산 봉수대, 조선 신궁에 이르기까지 남산 구석구석이 소개돼 있다.

    최준식 지음. 열매출판사 刊. 176쪽. 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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