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7년 가꾼 순정의 꽃
“내가 심하게 코를 골았었기 때문이가? 내 코를 한 대 쥐어박지 그랬어!”
이만성은 무턱대고 그런식의 반응외에 달리 할 말을 찾을 수 없었다.
“동문서답을 하고 계시네요. 그게 아니고 만성씨는 제 나이 10살밖에 안 되었다고 해서, 어린애 취급하기 때문이었죠. 마음은 20살 노처녀였는데…. 한 이불속의 외간 남자를 못 본체 어떻게 잠을 이룰 수 있겠어요? 그날 밤 우리 오빠는 배탈이 났는지 변소출입이 잦았더랬다구요. 가운데 자리가 자주 비었었죠. 저는 슬며시 만성씨 곁으로 다가간거예요. 그러자 만성시는 저를 확 끌어안더군요. 기분이 이상하던 걸요. 만성씨는 떨리는 손으로 저의 가슴을 주무르다 팬티 속을 더듬는 바람에 미칠 지경이었어요. 그 때의 일을 생각할 때마다 얼굴이 달아오르고, 가슴이 콩닥콩닥 뛰곤 그래요”
김영선은 남의 얘기하듯 눈썹하나 까딱 않고 장황하게 늘어놓는 것이었다.
“지금 소설 얘기 한 것 아니야? 난 전혀 기억 안 나는데… 팬티 속까지 더듬었다니!”
10살 때 요부 다 되었었잖아! 말 문이 막힐 뿐이었다.
“만성씨는 저의 입술을 깨물기도 했다구요. 저도 기분이 이상해져서 만성씨 팬티 속으로 손을 집어 넣었더랬어요. 미칠 것만 같더라니까. 그래서 만성씨의 신체에 관한 한 구석구석 속속들이 잘 알고 있단 말예요. 모두가 내것들이라구!”
“맙소사! 나는 꿈에도 생각지 못한 일이…어떻게 영선이 손에 노리개감으로! 영선이는 그때 마귀할멈 다 되었었군, 그런 얘기 왜 안했어?””저는 만성씨로부터 얘기가 있을 것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죠. 그러나 만성씨는 굳게 입을 다물었고, 졸업후엔 훌쩍 경성으로 떠나버렸었잖아요? 얼마나 실망했는지 아세요? 이제부터는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진다해도 오빠를 놓치지 않을 거에요. 아셨죠? 자, 우리 집으로 가자구요. 엄마 혼자 계세요. 엄마도 대충 알고 계시죠. 자, 가자구요!”
“아버지도 물론 알고 계시겠지?”
“글쎄요. 엄마가 얘기하셨다면…”
“아버지도 집에 계실텐데, 어떻게 늦은 시간에…”
“아버지는 지금 집에 안 계세요. 8·15 해방이 되기 바쁘게 제주성내에 가 계신걸요”
“혹시 가정불화로…?”
“아니에요. 이건 비밀인데요. 오빠만 알고 계셔야 해요. 아버지가 세불포에서 어부로 위장해서 10년 가까이 살아온 사실도 비밀이었구요. 지금은 제주성내에 가셔서…”
“그랬었어? 그럼 지금은…?”
“아버지는 제주도 제1의 항일독립투사였죠. 일평생을 감옥에서 살아오시다 지금은 ‘건국준비위원회’ 제주도 수석 부위원장을 맡고 계세요”
“뭐야? 그럼, 김대호선생 그 어른이…?”
이만성은 눈을 크게 뜨며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아버지가 겪은 사건 중 큰 사건은 ‘성산포 해녀 투쟁사건’이라더군요. 8년동안의 옥살이를 끝으로 한남마을로 건너오셔서, 10년 가까이 줄곧 어부생활을 하신거예요. 고향은 모슬포인데 젊었을 때엔 학교선생님도 하셨구…”
“알고 있어. 너의 아버님은 우리 아버지와 막역한 친구 사이라구, 며칠 전 두 분은 제주성내에서 만나셨대. 함께 일하시자는걸 우리 아버지가 사양하셨다더군. 우린 정말 기묘한 인연인 것 같어. 영선이가 말한 대로 천생연분 같기도 하구. 만약 내가 너를 싫다해도 나의 아버지가 너를 버리지 않아. 알겠어? 내 말뜻을…”
이만성은 다시 한번 그녀를 끌어안았다. 꿈 같으면서도 꿈 아닌 이 현실, 눈물겹도록 활홀한 이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좋을지 이만성은 얼떨떨한 나머지,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다.
감미롭고 씁쓸하고 신비롭기만 해서, 한치 앞도 가늠하기 어려운 운명의 장난인 것 같아서, 기쁨보다는 두려움이 몸과 마음을 헹가래치고 있었다.
“새 시대를 맞이해서 우리가 만났다는 뜻은 이만저만 큰게 아니야. 죽어도 함께 죽고 살아도 함께 살고…하늘에 맹세했어. 자 가자구, 바래다 줄게!”
이만성은 그녀의 손을 잡고 집 근처까지 바래다 준 다음, 발걸음도 가볍게 달미동을 향해 걸어갔다.
“내가 심하게 코를 골았었기 때문이가? 내 코를 한 대 쥐어박지 그랬어!”
이만성은 무턱대고 그런식의 반응외에 달리 할 말을 찾을 수 없었다.
“동문서답을 하고 계시네요. 그게 아니고 만성씨는 제 나이 10살밖에 안 되었다고 해서, 어린애 취급하기 때문이었죠. 마음은 20살 노처녀였는데…. 한 이불속의 외간 남자를 못 본체 어떻게 잠을 이룰 수 있겠어요? 그날 밤 우리 오빠는 배탈이 났는지 변소출입이 잦았더랬다구요. 가운데 자리가 자주 비었었죠. 저는 슬며시 만성씨 곁으로 다가간거예요. 그러자 만성시는 저를 확 끌어안더군요. 기분이 이상하던 걸요. 만성씨는 떨리는 손으로 저의 가슴을 주무르다 팬티 속을 더듬는 바람에 미칠 지경이었어요. 그 때의 일을 생각할 때마다 얼굴이 달아오르고, 가슴이 콩닥콩닥 뛰곤 그래요”
김영선은 남의 얘기하듯 눈썹하나 까딱 않고 장황하게 늘어놓는 것이었다.
“지금 소설 얘기 한 것 아니야? 난 전혀 기억 안 나는데… 팬티 속까지 더듬었다니!”
10살 때 요부 다 되었었잖아! 말 문이 막힐 뿐이었다.
“만성씨는 저의 입술을 깨물기도 했다구요. 저도 기분이 이상해져서 만성씨 팬티 속으로 손을 집어 넣었더랬어요. 미칠 것만 같더라니까. 그래서 만성씨의 신체에 관한 한 구석구석 속속들이 잘 알고 있단 말예요. 모두가 내것들이라구!”
“맙소사! 나는 꿈에도 생각지 못한 일이…어떻게 영선이 손에 노리개감으로! 영선이는 그때 마귀할멈 다 되었었군, 그런 얘기 왜 안했어?””저는 만성씨로부터 얘기가 있을 것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죠. 그러나 만성씨는 굳게 입을 다물었고, 졸업후엔 훌쩍 경성으로 떠나버렸었잖아요? 얼마나 실망했는지 아세요? 이제부터는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진다해도 오빠를 놓치지 않을 거에요. 아셨죠? 자, 우리 집으로 가자구요. 엄마 혼자 계세요. 엄마도 대충 알고 계시죠. 자, 가자구요!”
“아버지도 물론 알고 계시겠지?”
“글쎄요. 엄마가 얘기하셨다면…”
“아버지도 집에 계실텐데, 어떻게 늦은 시간에…”
“아버지는 지금 집에 안 계세요. 8·15 해방이 되기 바쁘게 제주성내에 가 계신걸요”
“혹시 가정불화로…?”
“아니에요. 이건 비밀인데요. 오빠만 알고 계셔야 해요. 아버지가 세불포에서 어부로 위장해서 10년 가까이 살아온 사실도 비밀이었구요. 지금은 제주성내에 가셔서…”
“그랬었어? 그럼 지금은…?”
“아버지는 제주도 제1의 항일독립투사였죠. 일평생을 감옥에서 살아오시다 지금은 ‘건국준비위원회’ 제주도 수석 부위원장을 맡고 계세요”
“뭐야? 그럼, 김대호선생 그 어른이…?”
이만성은 눈을 크게 뜨며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아버지가 겪은 사건 중 큰 사건은 ‘성산포 해녀 투쟁사건’이라더군요. 8년동안의 옥살이를 끝으로 한남마을로 건너오셔서, 10년 가까이 줄곧 어부생활을 하신거예요. 고향은 모슬포인데 젊었을 때엔 학교선생님도 하셨구…”
“알고 있어. 너의 아버님은 우리 아버지와 막역한 친구 사이라구, 며칠 전 두 분은 제주성내에서 만나셨대. 함께 일하시자는걸 우리 아버지가 사양하셨다더군. 우린 정말 기묘한 인연인 것 같어. 영선이가 말한 대로 천생연분 같기도 하구. 만약 내가 너를 싫다해도 나의 아버지가 너를 버리지 않아. 알겠어? 내 말뜻을…”
이만성은 다시 한번 그녀를 끌어안았다. 꿈 같으면서도 꿈 아닌 이 현실, 눈물겹도록 활홀한 이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좋을지 이만성은 얼떨떨한 나머지,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다.
감미롭고 씁쓸하고 신비롭기만 해서, 한치 앞도 가늠하기 어려운 운명의 장난인 것 같아서, 기쁨보다는 두려움이 몸과 마음을 헹가래치고 있었다.
“새 시대를 맞이해서 우리가 만났다는 뜻은 이만저만 큰게 아니야. 죽어도 함께 죽고 살아도 함께 살고…하늘에 맹세했어. 자 가자구, 바래다 줄게!”
이만성은 그녀의 손을 잡고 집 근처까지 바래다 준 다음, 발걸음도 가볍게 달미동을 향해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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