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낮에 뜬 별’들의 행진
“설마하니 식인 호랑이는 아닐테고, 멧돼지? 아니면 늙은 살쾡이라든가? 뭐였어요?”
이만성은 군침 삼키며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매우 궁금하신가 보군요, 그렇겠지요. 얘기할게요, 1m 높이의 우거진 잡초들이 바람도 불지 않았는데, 춤추며 소용돌이 친 거요. 마치 바다에 성난 파도가 일렁거리듯 잡초들이 누웠다 일어섰다 하면서, 이변이 일어난 거지요.”
야마모토(山本)라는 일본인 소위가 날렵하게 일본도를 뽑아들더라구, 뭘 낌새 챈 걸까? 두 사람은 어리둥절해 있었는데, 야마모토는 기합소릴 내지르며 돌격을 감행하더군. 두 사람은 몇 발짝 뒤따라 나갔더랬지요. 바로 그 때였어요. 야마모토가 하늘높이 치켜든 일본도를 연거푸 5번이나 내려치지를 않겠어요?
서 중위는 눈을 감으며 후들후들 몸을 떨었다.
“뭔지 모르지만 끔찍한 살상이었군요”
“뱀이었어요. 뱀. 커다란 귀가 달린 길이 5m에 아름드리 몸통의 우람한 구렁이, 아니 이무기였지요. 천년묵은 이무기…. 이무기는 비명을 올렸고, 3토막으로 동강이 난 후 펄쩍펄쩍 뛰면서 핏방울을 뿌렸구. 눈뜨고 볼 수 없는 참상이었다구요”
“아, 보기 드문 큰 뱀이었군요. 그런 큰 이무기는 죽여서는 안 된다던데…”
이맛살을 찌푸리며 몸을 떨던 이만성은 긴 한숨을 몰아쉬었다.
“아니, 이형은 어떻게 그토록 잘 아시오?”
“잘 알지는 못하지만, 이무기는 자신을 해친 사람에게 보복을 하는 영물이라는 말을 어른들로부터 들은 적이 있어요”
“어른들 말씀 틀림 없나봐요. 그날 밤 본부로 돌아간 야마모토는 밤중에 비명을 내지르며 몸을 뒤틀다 피를 토하곤 허옇게 눈을 뜬 채, 숨을 거두고 말았으니까요”
“자업자득인 셈이었군요. 영물을 죽였으니 무사할 까닭이 없었겠지요. 일본인들은 뱀을 죽이기 좋아한다지만, 우리 사람들은 그처럼 잔인한 짓 좀체 하지 않아요. 이 고장의 수호신을 죽였으니 무사할 수 없지요”
이만성은 잘코사니 하는 뜻으로, 연거푸 저주하며 끌끌 혀를 찼다.
“그래서 나는 죄없는 이무기의 죽음을 애통해하면서 깊은 생각에 빠져있었지요, 느닷없이 이무기가 나타났다는 것은 우리에게 뭔가를 암시한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떠오르더라구요. 이튿날 짬을 내어 혼자서 현장으로 되돌아간 거예요. 이무기의 사체를 거두어 양지바른 곳에 묻어주고 나서, 탐색작업을 폈더랬어요”
“네? 탐색작업이라니…그래서 무엇을 찾아내기라도 했다는 겁니까?”
“생각해 보세요. 문제의 이무기는 나들이를 갔다가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든지, 아니면 집을 나와서 볼일을 보러가다가 참변을 당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떠오른거예요. 그래서 이무기의 집을 찾기 위해 반지름 1㎞ 안을 샅샅이 뒤져보게 된 셈이지요”
서 중위는 뜻 있는 웃음을 히죽 웃었다.
“그래서 이무기의 집을 찾아낸 겁니까?
이만성은 호기심에 부푼 눈으로, 서 중위의 들뜬 얼굴을 훑어보며 다급하게 물었다.
“네, 있었어요. 찾아내고 말았지요. 극비사항이니까 이 형 혼자만 알고 있어야 해요”
“아, 그렇습니까? 이무기의 집이 있었군요. 찾아냈다니 다행입니다. 염려놓으세요. 비밀은 지킬테니까요. 어디쯤인지 대충 귀띔해 주실 수 없겠습니까? 무척 궁금하네요”
“물론 궁금하시겠지요. 다 말씀드릴게요. 숲속 깊숙이 감춰진 거대한 동굴이었어요. 입구는 사람 하나가 간신히 들어갈 수 있는 어두컴컴한 구멍이더라구. 손전등을 켜서 들어가보니, 바닥은 허허벌판 끝없이 넓었으며, 천장은 높이 2m정도였구. 경기도 광주군 열미리 산기슭에 있는 ‘임꺽정굴’보다는 백배이상 큰 동굴이기에 ‘지하도시’라고나 할까? 또 하나의 입구는 냇가로 틔어 있었고… 헌혜의 요새(要塞)로 되어 있더군요”
서 중위의 침방울 튀기며 신바람나게 늘어놓고 있는 장광설은 끝없이 이어질 낌새였다.
“설마하니 식인 호랑이는 아닐테고, 멧돼지? 아니면 늙은 살쾡이라든가? 뭐였어요?”
이만성은 군침 삼키며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매우 궁금하신가 보군요, 그렇겠지요. 얘기할게요, 1m 높이의 우거진 잡초들이 바람도 불지 않았는데, 춤추며 소용돌이 친 거요. 마치 바다에 성난 파도가 일렁거리듯 잡초들이 누웠다 일어섰다 하면서, 이변이 일어난 거지요.”
야마모토(山本)라는 일본인 소위가 날렵하게 일본도를 뽑아들더라구, 뭘 낌새 챈 걸까? 두 사람은 어리둥절해 있었는데, 야마모토는 기합소릴 내지르며 돌격을 감행하더군. 두 사람은 몇 발짝 뒤따라 나갔더랬지요. 바로 그 때였어요. 야마모토가 하늘높이 치켜든 일본도를 연거푸 5번이나 내려치지를 않겠어요?
서 중위는 눈을 감으며 후들후들 몸을 떨었다.
“뭔지 모르지만 끔찍한 살상이었군요”
“뱀이었어요. 뱀. 커다란 귀가 달린 길이 5m에 아름드리 몸통의 우람한 구렁이, 아니 이무기였지요. 천년묵은 이무기…. 이무기는 비명을 올렸고, 3토막으로 동강이 난 후 펄쩍펄쩍 뛰면서 핏방울을 뿌렸구. 눈뜨고 볼 수 없는 참상이었다구요”
“아, 보기 드문 큰 뱀이었군요. 그런 큰 이무기는 죽여서는 안 된다던데…”
이맛살을 찌푸리며 몸을 떨던 이만성은 긴 한숨을 몰아쉬었다.
“아니, 이형은 어떻게 그토록 잘 아시오?”
“잘 알지는 못하지만, 이무기는 자신을 해친 사람에게 보복을 하는 영물이라는 말을 어른들로부터 들은 적이 있어요”
“어른들 말씀 틀림 없나봐요. 그날 밤 본부로 돌아간 야마모토는 밤중에 비명을 내지르며 몸을 뒤틀다 피를 토하곤 허옇게 눈을 뜬 채, 숨을 거두고 말았으니까요”
“자업자득인 셈이었군요. 영물을 죽였으니 무사할 까닭이 없었겠지요. 일본인들은 뱀을 죽이기 좋아한다지만, 우리 사람들은 그처럼 잔인한 짓 좀체 하지 않아요. 이 고장의 수호신을 죽였으니 무사할 수 없지요”
이만성은 잘코사니 하는 뜻으로, 연거푸 저주하며 끌끌 혀를 찼다.
“그래서 나는 죄없는 이무기의 죽음을 애통해하면서 깊은 생각에 빠져있었지요, 느닷없이 이무기가 나타났다는 것은 우리에게 뭔가를 암시한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떠오르더라구요. 이튿날 짬을 내어 혼자서 현장으로 되돌아간 거예요. 이무기의 사체를 거두어 양지바른 곳에 묻어주고 나서, 탐색작업을 폈더랬어요”
“네? 탐색작업이라니…그래서 무엇을 찾아내기라도 했다는 겁니까?”
“생각해 보세요. 문제의 이무기는 나들이를 갔다가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든지, 아니면 집을 나와서 볼일을 보러가다가 참변을 당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떠오른거예요. 그래서 이무기의 집을 찾기 위해 반지름 1㎞ 안을 샅샅이 뒤져보게 된 셈이지요”
서 중위는 뜻 있는 웃음을 히죽 웃었다.
“그래서 이무기의 집을 찾아낸 겁니까?
이만성은 호기심에 부푼 눈으로, 서 중위의 들뜬 얼굴을 훑어보며 다급하게 물었다.
“네, 있었어요. 찾아내고 말았지요. 극비사항이니까 이 형 혼자만 알고 있어야 해요”
“아, 그렇습니까? 이무기의 집이 있었군요. 찾아냈다니 다행입니다. 염려놓으세요. 비밀은 지킬테니까요. 어디쯤인지 대충 귀띔해 주실 수 없겠습니까? 무척 궁금하네요”
“물론 궁금하시겠지요. 다 말씀드릴게요. 숲속 깊숙이 감춰진 거대한 동굴이었어요. 입구는 사람 하나가 간신히 들어갈 수 있는 어두컴컴한 구멍이더라구. 손전등을 켜서 들어가보니, 바닥은 허허벌판 끝없이 넓었으며, 천장은 높이 2m정도였구. 경기도 광주군 열미리 산기슭에 있는 ‘임꺽정굴’보다는 백배이상 큰 동굴이기에 ‘지하도시’라고나 할까? 또 하나의 입구는 냇가로 틔어 있었고… 헌혜의 요새(要塞)로 되어 있더군요”
서 중위의 침방울 튀기며 신바람나게 늘어놓고 있는 장광설은 끝없이 이어질 낌새였다.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