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신의 실크로드기행

    문화 / 시민일보 / 2003-08-11 18:3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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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경선서 10시간 ‘지체’
    카자흐스탄 국경선에서 질리도록 기다리게 해놓고 그것도 모자라 중국측 국경선에서도 3시간 넘게 여권검사와 모든 짐들을 샅샅이 뒤졌다.

    마약견이 올라와 백색가루를 훑었는데 이번에는 마약견이 없는 대신 떼거지로 기차안에 올라온 국경 경비대원들이 일일이 손으로 짐들을 검사했다.

    겉으로는 웃고 갸냘프게 보이는 여군이 올라와 나른나른하게 조사를 했지만 속으로는 칼날 같은 마음을 가지고 무언가 하나 걸려들라는 표정이 뚜렸했다.

    경쟁이라도 하듯이 양쪽 국경선에서 10시간 넘게 진을 빼고도 1052km를 36시간만에 정확하게 목적지에 도착한걸 보면 기차의 속도는 운전사 마음임을 다시 깨닫는다.

    두달동안 센츄럴 아시아를 여행하고 다시 우루무치로 돌아왔다.

    어지럽고 사람들은 지저분하고 예의 없으며 엉망으로 음식을 먹으며 신호등을 허수아비로 만드는 자동차들이 판을 치는 우루무치가 질리지 않는 것은 아마도 신강 위그루인들이 있기 때문이다.

    지금도 그렇지만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베이징이나 청도는 나의 마음이 머무르지도 않으며 언제나 중국을 여행하게 되면 항시 신강지역을 떠올리게 되는 것은 옛 카라반들의 활동무대였던 이곳이 나의 마음을 부드럽게 해주기 때문이다.

    방금이라도 눈물이 쏟아질 것만 같은 위그루 여인들의 그 큰 눈에는 슬픔과 가련함이 한없이 베어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든다.

    뒤도 안 돌아보고 바로 신강반점으로 향했다.

    물론 교통도 편하고 잠자리 값이 저렴하고 그리고 몇 년간 정이 들었기 때문이다.

    6인실 18위안짜리 방에 묶었다가 도로나와 2인실로 옮겼는데 모조리 서남아시아의 사람들이 나를 바라보는 눈빛이 별로 맘에 들질 않았는데 그들이 나빠서가 아니라 여행하다 보면 마주치기 싫은 사람들이 있는데 이번이 그러한 경우에 해당되었다고 볼수있다.

    공사판이 한창 진행중인 우루무치 역으로 나가 베이징이나 상하이 기차표를 예매하려 했더니 당일 표만 여기서 팔고 예매표는 라위웬 호텔로 가라는 것이었다.

    8번이나 58번 버스를 타고 가던지 아니면 택시를 타면 9-10위안 정도밖에 나오질 않는다는 가끔씩 나타나는 친절한 여직원의 안내로 라이웬 호텔에 도착해 기차표를 예매하려고 하니 베이징이나 상하이 기차표가 3일뒤에나 있었다.

    늦어도 서울에 26∼27일 사이에 도착해야 하는 나로서는 좀 답답하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암표상을 붙잡고 구차하게 웃돈을 주기는 싫었다. 더럽게도 쌀쌀맞게 구는 예매 창구의 아줌마 직원하고 싸우다시피 해서 베이징과 가장 가까운 정저우 역으로 23일 오후 14시에 출발하는 기차표를 구할 수 있었다.

    우루무치에서 하루 더 돌아볼 수 있는 여유가 생긴 것이다
    여행전문가 kapabah@chollia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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