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신의 실크로드기행

    문화 / 시민일보 / 2003-08-13 18:0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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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개 언어구사 터키계 ‘에르한’
    몸부림치며 새롭게 변신을 시도하는 우루무치처럼 나 또한 이번 기차여행으로 독수리의 예리한 눈매를 지녔으면 한다.

    눈가에 애수가 가득한 에르한과 헤어졌다.

    우루무치에서 2박 3일간 나와 함께 있으면서 무척 정이 들었던 에르한과 언젠가 반드시 다시 만날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을 가지고 우리는 서로 찐한 포옹을 했다.

    터키에서 태어나 스위칠란드로 이주한 부모의 2세로 취리히에서 생활하는 에르한은 언어능력에 탁월한 재능을 지녔다.

    부모의 나라인 터키어는 물론이고 스위칠란드의 생활언어인 프랑스어와 독일어는 기본이었다.

    게다가 중국말은 잘 몰라도 그 어려운 신강 위그루 언어는 자유자재로 말을 함으로써 3달간 신강 지역만 여행하면서 조금의 불편함이 없었는데 특히 호탄과 체르첸· 가라쿨· 타슈쿠르간을 여행할 때에는 현지 경찰의 불신검문에 위그루 사람보다 위그루 말을 더 잘해 단단히 곤혹을 치렀다고 했다.

    그렇지 않아도 아프가니스탄 전쟁으로 예민할 대로 예민해진 신강지역에 터키혈통의 스위칠란드 국적의 청년이 살벌하게 위그루 말을 잘했으니 나라도 의심을 했을 것이다. 또한 센츄럴 아시아의 고유 언어인 카자흐 언어· 키르키 언어· 우즈벡 언어는 물론 국제언어인 영어는 두말할 나위도 없었다.

    또 에르한은 그리스 언어· 이탈리아 언어· 일본 언어 등도 조금씩은 할 줄 알았으며 내가 그나마 가장 자신 있어 하는 러시아말 역시 나 보다 오히려 더 잘했으니 부러울 따름이었다.

    아니 부러움을 넘어서 존경스럽기까지 했다.

    그러한 에르한에게도 남이 모르는 안타까움이 있었다.

    분명 스위칠란드에서 태어난 유럽인이지만 그의 나라에서 외국인 취급을 받는다는 것이었다.

    그렇다고 부모의 조국인 터키로 돌아가면 거기서는 더욱더 적응하기 힘들 것 같다며 이렇게 정신적으로 어려울 땐 종교의 힘으로 이겨낸다는 에르한은 호텔에서 하루에 다섯번씩 나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하면서 한번도 빼먹지 않고 기도를 하였고 여행을 하는 날에는 모아서 두 번에 걸쳐 동쪽을 향해 기도를 하는 절실한 무슬림 신자였다.

    위그루 여인과 지금 열렬한 사랑을 하고있는 에르한은 내년 봄에는 결혼을 할 것이라 했다. 항시 기쁨과 즐거움이 함께 하길 바라며 지금도 에르한과는 이메일로 서로의 안부를 묻고있다.
    여행전문가 kapabah@chollia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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