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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사는이야기 / 시민일보 / 2003-09-18 19: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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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영 란 정치행정부장
    지난 17일 광주·전남지역 언론과의 대담 도중 나온 노무현대통령의 발언이 뉴스의 핵으로 떠올랐다. 이에 따라 당사자격인 민주당 각 계파는 물론 한나라당까지 저마다의 이해득실에 따른 논평을 쏟아내느라 분주하다.

    무엇보다 충격에 휩싸인 쪽은 그동안 분당불가 입장을 취해왔던 민주당내 구당파와 중도파쪽. 이들이 의례적으로 일제히 대통령 발언에 비판하며 각을 세우고 나선 것도 그 때문이다.

    중도 잔류파의 통합모임 공동대표인 추미애 의원은 “그동안 부인해 왔던 신당 개입 사실을 시인한 것과 마찬가지며 (대통령의)신당 개입은 당과 지지세력을 분열시키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구주류 정통모임의 유용태 의원도 “이제부터 신당에 대한 지원을 드러내놓고 하겠다는 것”이라며 반발했다.

    오는 20일 독자 교섭단체를 등록키로 한 신당파 역시 대통령의 발언이 자신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데 일단 공감은 하지만 그렇다고 마냥 속이 편한 것은 아니다. 대통령의 발언이 그동안 거취결정을 미뤄온 중도파 의원들의 합류를 촉진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 속에서 자칫 ‘신당〓노무현당’ 이미지가 부정적으로 작용돼 내년 총선을 그르치게 될까 전전긍긍하는 분위기다.
    한나라당 역시 목소리를 냈다.

    홍사덕 총무는 “자신이 대통령이 될 때와 달리 반성의 마음을 갖는 것은 평가할 만한 일”이라며 “그러나 지역주의를 이용해 당선된 사실은 눈감은 채 한나라당에 지역주의 책임이 있는 듯이 말한 것은 정치인으로서 뿐만 아니라 대통령으로서 참으로 옳지 못한 자세”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지금 이들의 반응은 소속 집단의 이해득실에 더 치중됐다. 조금만 더 마음을 열었다면 다른 평가가 나오지 않았을까.

    노대통령은 그동안 신당 불개입 원칙을 견지해왔다. 또 최근 민주당 분당 같은 작은 차원의 문제에 개입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통령 발언 배경에 대해 분분한 해석으로 논란이 있다면 그것은 대통령의 대의를 침소봉대하고자 하는 음모로 치부돼도 할 말이 없다.

    지난 대선 직후 많은 이들이 자신이야말로 대통령을 탄생시킨 주역이라는 자부심에 차 있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대통령 노무현은 이런 사람들에게 자의건 타의건 기쁨보다는 실망을 주는 존재로 변했다.

    내가 (대통령에게) 준 만큼 돌려받지 못했다는 소외감, 서운함에 대한 배신감이 작용한 탓이다.

    지금 잔류파 진영에서 대통령을 향해 ‘조강지처, 배신’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대통령은 어느 특정 집단이나 개인에 속해서는 안될 위치다. 더 큰일을 해야하기 때문이다.

    이제 대통령을 그만 놓아주자.

    더 이상 그를 논공행상의 희생양으로 만들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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