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과 언론

    고하승 칼럼 / 시민일보 / 2003-10-04 17:4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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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국장 고 하 승
    {ILINK:1} 어느 날 우연히 인터넷 신문 ‘프레시안’에서 박태경 편집국장의 글을 접하게 됐다.

    지난달 26일 박지원 재판과정에 검찰이 인용한 ‘김영완 진술서’의 몇몇 대목 때문에 지금 언론계가 신문, 방송 할 것 없이 ‘폭풍전야의 고요’를 연상케 하는 묘한 침묵상태에 빠져들어 있다는 내용이었다.

    박 국장은 이렇게 말했다.

    “언론은 그동안 박지원 비자금과 관련된 ‘김영완 진술서’의 일부가 외부로 흘러나올 때마다 이를 신문의 1면 톱 뉴스와, TV의 머릿기사로 시끌벅적하게 장식해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완전히 달랐다. 26일 밤 TV 뉴스에서는 아예 이 기사를 찾아볼 수 없었다. 27일 아침 조간 신문들의 경우에서도 아예 글을 볼 수 없는 신문이 태반이었다.

    일부 신문의 경우 간단한 사실 보도를 하는 수준에 멈추면서 그 기사를 거의 눈에 안 띄는 제2사회면이나 정치면 하단에 자그마하게 처리하는 데 그쳤다. 한 신문은 ‘한번 회식에 5000만원이 든다’는 구절만 인용할 뿐, ‘부장은 500만원, 차장은 300만원씩’이라는 표현을 삭제하기도 했다”

    언론의 보도태도가 거의 한결 같았다는 말이다.

    박국장의 지적처럼 이는 참으로 기괴한 동조이자 침묵이다.

    실제로 김씨의 진술서에는 ‘박 전 장관으로부터 언론사 간부들을 만나 부장은 500만원, 차장은 300만원씩 든 봉투를 주고 한번 회식에 5000만원이 든다는 이야기를 듣고 깜짝 놀랐다’고 적고 있다.

    물론 이에 대해 박 전 장관은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부인하고 있으나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왜냐하면 박 전 장관 스스로 “내가 지난 5년간 한 일은 김대중 대통령과 김대중 조선일보 주필 사이를 오간 일이다”고 고백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 전 장관은 또 26일 법정에서 “언론사 간부 등을 일주일에 4~5차례 만났다”며 DJ정부 재임기간중 활발했던 언론 접촉 사실을 시인했다. 그가 만난 언론인은 단순한 출입기자들 정도가 아니라 위로는 사주에서부터 시작해 편집국장, 주필, 논설위원, 부장, 차장 등 다양했다는 게 언론계와 정가의 한결같은 증언이다.

    권력과 언론의 밀월관계가 이 정도였다면 같은 언론인으로서 여간 자괴감이 드는 게 아니다. 필자도 편집국장이니 만큼 다양한 정치인들을 만난다.

    각 정당의 대표는 물론이고 대변인이나 사무총장, 원대대표 등 소위 정당 실세들과도 자주 만나는 편이다. 때에 따라서는 청와대 비서관들과 만나 정보를 주고받기도 한다.

    그러나 그 누구도 필자에게 돈 봉투를 건네지는 않았다.

    우리 기자들 가운데서도 돈 봉투를 건네 받은 기자가 있다는 소리를 들어 본적 이 없다. 그만큼 우리 시민일보는 깨끗했다는 말이다.

    모두가 침묵을 지킬 때에 시민일보가 이런 소리라도 내지를 수 있게 된 것은 바로 그런 깨끗함 때문일 것이다.

    그런 면에서 필자는 우리 기자들이 참으로 자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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