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법 개정 논란

    고하승 칼럼 / 시민일보 / 2003-10-07 16:37:56
    • 카카오톡 보내기
    편집국장 고 하 승
    {ILINK:1} 법원이 7일 선거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이명박 서울시장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일부 불법 사실이 인정되긴 하지만 이 시장이 공범관계에 있다고 볼 수 없다는 사법부의 판단이 크게 작용했기 때문일 것이다.

    당초 검찰이 2년을 구형할 때만 해도 1심에서 금고 이상의 형이 선고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적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지난해 3월 지방자치법 개정으로 1심에서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을 경우 곧바로 부시장에게 시장 권한을 위임하도록 되어 있다. 따라서 그런 우려는 어쩌면 ‘심각한 수준’ 그 이상이었을 것이다. 무죄가 선고되었으니 다행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이 시장은 어쩔 수 없이 범법자가 되고 말았을 것이다.

    사실 선거법 위반자로 한번 낙인이 찍히면, 부도덕한 방법으로 선거에서 승리했다는 오명을 벗기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 시장은 실제로 그런 아픔을 겪었던 사람이다. 지난 96년 국회의원 선거에서 종로구에 당선된 후 선거비용 초과지출로 법원의 유죄 선고를 받고 의원직에서 사퇴한 전력이 있다. 그가 선거법 위반에 상당한 신경을 썼을 것이라는 점은 두말할 나위 없다.

    재판부도 “피고인은 신년연하장 발송시 홍보나 선거관련 언급이 전혀 없는 문구를 직접 골라 발송하고 신년 하례회장에서도 선거법을 위반해선 안된다는 취지로 주의를 주는 장면이 동영상에 보이는 등 선거법 준수에 상당한 노력을 기울인 것으로 보인다”고 밝히고 있다.
    그런데도 그는 선거법 위반 피고인으로 법정에 서야만 했다.

    이것이 현행 선거법이다. 아무리 지키려고 해도 ‘코에 걸면 코걸이요, 귀에 걸면 귀걸이’ 식으로 걸릴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이런 선거법이라면 개정이 불가피하다. 더구나 내년 17대 총선을 앞두고 선관위에 적발된 사전선거운동건수가 16대 총선에 비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지난 2000년 6월부터 올해 8월까지 모두 1177건의 사전선거운동이 적발돼, 16대 총선을 앞두고 같은 기간(96년 6월~99년 8월)에 적발된 사전 선거운동 건수 231건에 비해 무려 410% 증가했다는 것이다.

    물론 악의적이고 의도적인 선거법 위반이라면 처벌을 받아 마땅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규제일변도로 치닫고 있는 현행법의 잘못으로 인해 후보자들이 범법자로 낙인찍히게 되는 것이다. 그토록 선거법을 지키려고 애를 썼던 이 시장도 피고가 됐다면, 두말할 나위 없는 것 아니겠는가.

    그런데도 선거일 120일(대선은 300일)전부터 입후보예정자들의 선거운동을 허용하며, 예비후보자들도 후원회를 통해 정치자금을 모금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선관위 개정의견에 대해 현역 의원들은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런 상황이라면 모르긴 몰라도 국회의 정치관계법 심의 과정에서 선관위의 개정의견이 반영되기 쉽지 않을 것이다. 왜 그럴까.

    현역은 정치신인에 비해 선거법 규제가 심하면 심할수록 상대적으로 이득을 보기 때문일 것이다. 허나, 그러다 당신도 뜻하지 않은 선거법 위반자가 될 수 있음을 왜 모르는가.



    [ⓒ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시민일보 시민일보

    기자의 인기기사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