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많은 국민투표

    고하승 칼럼 / 시민일보 / 2003-10-13 17:2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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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국장 고 하 승
    {ILINK:1} 노무현 대통령이 13일 재신임 여부를 특정 정책과의 연계 없이 ‘국민투표’ 방식으로 묻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참으로 말들이 많다. 소위 지식인이라고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더 말이 많은 것 같다.

    정책과의 연계없이 재신임만을 국민투표로 묻는 것은 ‘초헌법적 발상’이라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아예 헌법을 개정하자는 의견도 있었다.

    허 영 명지대 석좌교수는 정책과 연계하지 않고 대통령 재신임을 묻는 국민투표를 하겠다는 것은 초헌법적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헌법은 국민투표에 상정할 수 있는 사안에 대해 ‘외교 통일 국방 기타 국가안위에 관한 중요정책’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이 하겠다는 것은 정책과 연계된 국민투표가 아니라 인물에 관한 투표이기에 헌법에 명백히 위배된다는 것이다.

    또 김철수 명지대 석좌교수는 대통령이 국민투표를 하겠다면 유일한 방안은 헌법 개정안을 국민투표에 회부하는 것이라며, 헌법에 적합하게 헌법 개정안을 통한 국민투표로 재신임을 물어야한다고 지적했다.

    윤명선 경희대 교수는 원칙적으로 재신임 여부를 국민투표로 결정짓는 것은 헌법 해석을 엄격히 할 경우 불가능한 일이라며, 현행 국민투표법에는 절차에 대해 별다른 규정이 없으므로 국민투표법을 개정한 뒤에 국민투표를 실시해야 한다고 말한다.

    물론 필자는 이들처럼 헌법과 관련, 전문가가 아니다. 어쩌면 이들의 주장이 옳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리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대통령 자신이 대통령직을 수행할 수 없을 정도로 상황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그 정도면 대통령 재신임을 헌법 72조가 규정한 ‘국가안위에 관한 중요정책’으로 보는 데 별 무리가 없다는 게 필자 생각이다.

    사실 헌법 72조가 규정한 국민투표는 임의적인 것이다. 따라서 대통령이 하겠다면 못할 것도 없다. 결코 ‘위헌’이 아니라는 말이다.
    오히려 제3자가 자꾸 국민투표를 하자고 해서 마지못해 실시한다면 그것이 위헌의 소지가 있는 것이지, 대통령이 직접 ‘국가안위에 대한 중요정책’으로 재신임을 묻는 것은 잘못된 일이 아니다.

    더 이상 위헌 시비를 가리는 일은 아무 의미가 없기에, 정부는 지금부터라도 국민투표 실시를 위한 준비 작업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물론 현재로서는 노 대통령의 제안대로 국민투표가 실시된다는 보장은 없다. 정치권의 동의 여부와 국민투표법 개정 가능성 등이 변수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단 노 대통령이 12월15일 국민투표 실시를 제안한 만큼 시간이 없다.

    투표일까지 2개월여 밖에 남지 않았다는 말이다. 이 짧은 기간에 전국 읍면동 단위의 ‘투표인명부’를 마련하려면 지금부터라도 서둘러야 한다.

    소모적인 위헌논쟁에 휩싸여서는 안되는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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