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과 김윤환의 만남

    고하승 칼럼 / 시민일보 / 2003-11-01 18: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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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국장 고 하 승
    {ILINK:1} 이회창 전 한나라 총재가 지난달 28일 신장암으로 와병중인 전 민국당 대표를 방문했다. 들리는 소식에 의하면 이날 이전 총재가 2000년 16대 총선에서 김 전 대표를 공천에서 배제한 것 등에 대해 사과하고 서로 화해했다고 한다. 두 사람의 만남은 16대 총선 공천에서 김 전 대표가 탈락된 뒤 3년 8개월여만이다.

    정치란 이런 것이다.

    사실 이날 전까지만 해도 둘 사이에 화해란 있을 수 없는 것처럼 보였다.

    실제로 이 전 총재가 지난달 20일 귀국한 직후부터 김 전 대표의 병환이 심각하다는 말을 전해듣고 “문병을 하겠다”며 몇 차례 타진했으나 김 전 대표측에서는 계속해서 거절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그동안 둘 사이는 참으로 멀고도 가까운 사이였다.

    김 전 대표는 지난 96년 1월 이 전 총재가 아무런 정치적 배경없이 한나라당의 전신인 신한국당에 입당하자 그의 정치적 후견인임을 자임하며 그를 도왔다. 당시 민정계를 이끌었던 김 전대표의 후원은 그에게 큰 힘이 되었었고, 그는 김 전대표의 도움으로 대선 후보가 됐다.

    97년 대선 당시 김 전대표는 후보경선에서 ‘비영남후보론’과 ‘이회창대세론’을 내세워 이 전 총재를 대선후보로 만드는 ‘킹메이커’ 역할을 했던 것이다.

    김 전대표의 이 전 총재 사랑은 거기에서 끝난 것이 아니다.

    97년 대선 패배이후 이 전 총재가 98년 총재에 선출돼 당무 일선에 복귀하는데도 김 전 대표의 역할은 결정적이었다.

    이때만 해도 둘은 정말 가까운 사이였다. 그런데 ‘없고는 못살 것’ 같은 이들 사이에도 금이 가는 사건이 발생했으니 바로 16대 총선의 ‘김윤환 공천 배재 사건’이었다.

    실제로 김 전 대표는 16대 총선에 앞서 ‘개혁공천’이라는 명분에 밀려 낙천 되는 ‘수모’를 당했다.

    김 전 대표는 그 뒤 ‘반창(反昌) 연대’의 핵심으로 민국당을 창당, 재기를 노렸으나 끝내 구미에서 낙선해 정치적 낭인신세로 전락하고 말았다. 이로 인해 둘은 영원히 ‘가까지 하기엔 너무 먼 당신’처럼 여겨지게 됐다.

    그런데도 2002년 대선에선 김 전대표가 이 전 총재에 대한 감정의 앙금을 품은 상태에서도 갈라섰다가 이날 극적인 만남을 통해 서로 화해했던 것이다.

    영원한 적도 영원한 우군도 없는 것이 바로 정치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에서 서로 ‘으르렁’대던 사람들이 지금 각자 소속 정당을 탈당해 열린우리당에 함께 속해 있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또 어제까지 동지였던 민주당은 열린우리당과 분당하면서 양당이 갈데 까지 간 폭로전을 일삼고 있으니 실로 답답할 뿐이다.

    이쯤에서 필자는 정치권에게 묻지 않을 수 없다.

    당신들은 이 전 총재와 김 전 대표의 만남과 화해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는가.

    회자정리(會者定離)라고 하지 않는가.

    만나면 언젠가 헤어지고 또 헤어졌다가 만나는 게 인생사거늘 하물며 정치에 있어서는 더욱 그러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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