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신있는 정치인들

    고하승 칼럼 / 시민일보 / 2003-11-05 18:42:27
    • 카카오톡 보내기
    편집국장 고 하 승
    {ILINK:1} 우리나라에서 이제 제왕적 총재니 대표니 하는 것은 어느 정당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만큼 정당의 민주화가 속도감 있게 진행되고 있다는 말이다.

    한나라당과 민주당 등 야당은 물론, 사실상 여당이라고 할 수 있는 열린우리당까지 당원들의 잇따른 비난으로 당 지도부가 몸살을 앓아야할 지경이다.

    우선 한나라당을 보자.

    권영세 의원은 5일 본사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우리 당이 아무리 정치개혁 방안을 내놓더라도 특검법안을 상정한 것은 비자금 문제를 호도하기 위한 것으로 읽힐 수밖에 없다”며 “지금 우리 당이 특검법안을 제출한 것은 분명히 잘못된 것”이라고 당 지도부를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이에 앞서 한나라당 소장파 모임인 `미래연대’와 `쇄신연대’소속 원내외 위원장들도 4일 오후 시내 한 호텔에서 공동워크숍을 갖고 당 지도부의 특검법안 상정을 성토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이성헌 의원은 “당이 너무 성급하게 서두르고 있다”면서 “대선자금을 솔직히 공개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대선자금중 상당 부분은 선거자금 외 다른 부분으로 흘러들어갔다고 생각되는만큼 엄격한 자기반성이 필요하다”며 “당이 자진 해체하고 재창당하는 모습으로 나가야 한다”고 포문을 열었다.

    당 지도부의 잘못을 지적하는 목소리는 민주당에서도 연일 터져 나오고 있다.

    현재 민주당에서 가장 주목을 받는 인물은 설훈 의원이다. 설 의원은 “박상천 대표와 정균환 총무는 ‘분당을 초래한 사람들’이니 만큼 백의종군하는 자세로 가야한다”며 강한 어조로 힐난했다.

    이런 모습은 열린우리당에서도 감지되고 있다.

    내년 총선에 출마를 희망하는 정치신인들로 구성된 ‘열린 우리당을 사랑하는 100명 발기인’은 5일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열린우리당 창당과정의 문제점을 우려하면서 지도부의 조기직선을 촉구했다.

    예전 같으면 어림도 없는 일이다. 물론 지금도 당 지도부를 향해 비난하는 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당에서 당론으로 법사위에 상정한 특검법안을 놓고 소속 의원이 “잘못됐다”고 지적하는 일이 생각처럼 쉬운 일이겠는가.

    또 아무리 당내 민주화가 진행됐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공천권을 거머쥐고 있는 당 대표를 항해 “백의종군하라”고 주문하는 일이 어디 말처럼 간단한 일이겠는가.

    더구나 정치신인이 당지도부 조기직선을 촉구하고 나선다는 것은 예전 같으면 감히(?) 꿈도 못 꿀 일이다.

    이들의 발언이 어쩌면 당 지도부로부터 미운 털이 박혀 공천에 장애가 될 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이들은 거침없이 자신의 소신을 밝히고 있다. 그 모습이 얼마나 당당한가.

    필자는 바로 이런 소신 있는 정치인들 때문에 우리나라 정치가 조금씩이나마 발전해 가고 있다고 생각하기에 이들의 용기에 박수를 보내는 바다.

    [ⓒ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시민일보 시민일보

    기자의 인기기사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