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위장진지로 가는 길
초라하지만 시골에서는 좀처럼 구경하기 어려운 잔치 풍경이었다. 방안의 사람들은 오랜만에 서병천 동지의 덕분으로 찐빵과 고기로 포식을 했다. 게다가 소주와 맥주를 마시고 싶은 대로 골라서 양껏 마시게 되었으니, 소문난 축제분위기인들 이보다 더 푸짐할 수 있으랴 싶었다. 모두들 자숙하고 선을 그어 술잔을 기울이고 있어서, 탈선이나 추태는커녕 허튼 소리 한마디도 튀어나오지 않았다.
‘믿어도 좋은 친구들이군! 그 중에서도 양윤근·부종운 두사람은 유난히 맘에 든단 말야. 소나기 피해 언덕 찾아온 길에 우연히 맞닥뜨린 처지이긴 하지만, 쓸모있는 물건들 틀림없다니까!’ 서병천은 맘속으로 은밀히 도박을 꾸미고 있었다.
“고정관 선배님을 비롯해 조용석·이만성 동지 그 밖의 여러 동지들께 이 자리를 빌어서 꼭 드리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진작 구상은 해놨지만 준비가 덜 되어서 말씀을 못 드렸던 겁니다.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착수를 해볼까 하고 자문과 편달을 부탁드리려구요!” 서병천은 밑도 끝도 없이 궁금증 돋우는 허두말을 꺼내고, 눈치 살피며 맘 떠보기 절차를 밟는 중이었다.
“뭔데 그러슈? 감질나게 굴 것 없이 속 시원히 밝히지 않구… 서형답지 않게 머뭇거리다니 알다가도 모를 일이라니까” 조용석의 핀잔 섞인 재촉이었다.
“별 것은 아니에요. 조그마한 사업하나 해볼까 하구! 군에 몸담고 있을 때부터 꿈꾸어온 일입니다만, 한라산 기슭에다 ‘표고버섯단지’를 차려보려구 몇 군데 탐사도 해보았구... 매입절차만 남은 셈입니다만…”서병천은 거기까지 말하고 입을 다물었다. “아니, 그럼 서동지는 만나자 이별이라구 우리들과 결별하게 되었다는 폭탄선언이라 그건가요?” 고정관이 굳어진 얼굴에 가시 돋친 목소리로 질문을 던졌다.
“아, 아닙니다 위원장님! 오해하시면 안됩니다. 겉으로는 사업이지만, 실질적으로는 나름대로 제주도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발판을 구축하기 위한, 계획의 일환이라는 점을 이해해주시기 바랍니다. 제가 며칠동안 짬을 내어 각 지역을 순회하면서 옛 동지들의 근황을 점검해보게 된 것도 그 때문이었지요. 지금은 과도기라 놔서 앞으로 이 땅에는 좋은 일도 벌어질 수 있고, 반대로 불행한 일도 닥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지 않습니까? 한라산 기슭의 ‘표고버섯단지’야 말로 위급할 때엔 천혜의 ‘요새’로서 톡톡히 한몫 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점을, 미리 계산에 넣어두는 것도 무익한 일이라고 볼 수 없지요”
서병천은 어깨를 으쓱거리며, 두고보면 알게 된다는 투로 비꼬임이 섞인 웃음을 살짝 입가에 흘렸다. 도무지 갈피를 잡을 수 없는 황당무계한 소리를 거침없이 터뜨리다니, 믿는 구석이 따로 있다는 얘기일까? 겉으로는 사업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제주도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발판구축…? 옛 동지들의 근황을 점검…? ‘표고버섯단지’는 위급할 때 톡톡히 한몫 할 천혜의 ‘요새’…?
알쏭달쏭한 수수께끼로 남기고 서병천은 도망치듯 말끝을 맺었다. 수수께끼를 풀면 해답은 나올 테니까 궁금증을 스스로 해결하라는 식의 고자세여서, 방안의 사람들은 괘씸하고 불쾌한 듯 입술을 삐죽 내밀며 고개들을 숙여버렸다.
그러나 그 와중에서도 이유를 알 수 없는 묘한 웃음을 히죽 웃는 사람, 그는 이만성이었다. 이만성은 유리안 들여다보듯 서병천의 맘속을 환히 꿰뚫어 볼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음, 제주도 정복을 위한 진지구축- 귀신은 속여도 나 이만성을 속일 수 없을걸! 활화산처럼 타오르는 그 야망 꺾을 사람은 이 세상에 아무도 없을테니까. ‘초귀밭’ 즉 ‘표고버섯단지’를 정치적 또는 군사적 진지로 전용을 서두른다는 것은, 기발한 발상이고 말고… ‘황제의 꿈’을 꾸는 데도 필수적인 포석이랄 수 있겠지?’
초라하지만 시골에서는 좀처럼 구경하기 어려운 잔치 풍경이었다. 방안의 사람들은 오랜만에 서병천 동지의 덕분으로 찐빵과 고기로 포식을 했다. 게다가 소주와 맥주를 마시고 싶은 대로 골라서 양껏 마시게 되었으니, 소문난 축제분위기인들 이보다 더 푸짐할 수 있으랴 싶었다. 모두들 자숙하고 선을 그어 술잔을 기울이고 있어서, 탈선이나 추태는커녕 허튼 소리 한마디도 튀어나오지 않았다.
‘믿어도 좋은 친구들이군! 그 중에서도 양윤근·부종운 두사람은 유난히 맘에 든단 말야. 소나기 피해 언덕 찾아온 길에 우연히 맞닥뜨린 처지이긴 하지만, 쓸모있는 물건들 틀림없다니까!’ 서병천은 맘속으로 은밀히 도박을 꾸미고 있었다.
“고정관 선배님을 비롯해 조용석·이만성 동지 그 밖의 여러 동지들께 이 자리를 빌어서 꼭 드리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진작 구상은 해놨지만 준비가 덜 되어서 말씀을 못 드렸던 겁니다.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착수를 해볼까 하고 자문과 편달을 부탁드리려구요!” 서병천은 밑도 끝도 없이 궁금증 돋우는 허두말을 꺼내고, 눈치 살피며 맘 떠보기 절차를 밟는 중이었다.
“뭔데 그러슈? 감질나게 굴 것 없이 속 시원히 밝히지 않구… 서형답지 않게 머뭇거리다니 알다가도 모를 일이라니까” 조용석의 핀잔 섞인 재촉이었다.
“별 것은 아니에요. 조그마한 사업하나 해볼까 하구! 군에 몸담고 있을 때부터 꿈꾸어온 일입니다만, 한라산 기슭에다 ‘표고버섯단지’를 차려보려구 몇 군데 탐사도 해보았구... 매입절차만 남은 셈입니다만…”서병천은 거기까지 말하고 입을 다물었다. “아니, 그럼 서동지는 만나자 이별이라구 우리들과 결별하게 되었다는 폭탄선언이라 그건가요?” 고정관이 굳어진 얼굴에 가시 돋친 목소리로 질문을 던졌다.
“아, 아닙니다 위원장님! 오해하시면 안됩니다. 겉으로는 사업이지만, 실질적으로는 나름대로 제주도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발판을 구축하기 위한, 계획의 일환이라는 점을 이해해주시기 바랍니다. 제가 며칠동안 짬을 내어 각 지역을 순회하면서 옛 동지들의 근황을 점검해보게 된 것도 그 때문이었지요. 지금은 과도기라 놔서 앞으로 이 땅에는 좋은 일도 벌어질 수 있고, 반대로 불행한 일도 닥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지 않습니까? 한라산 기슭의 ‘표고버섯단지’야 말로 위급할 때엔 천혜의 ‘요새’로서 톡톡히 한몫 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점을, 미리 계산에 넣어두는 것도 무익한 일이라고 볼 수 없지요”
서병천은 어깨를 으쓱거리며, 두고보면 알게 된다는 투로 비꼬임이 섞인 웃음을 살짝 입가에 흘렸다. 도무지 갈피를 잡을 수 없는 황당무계한 소리를 거침없이 터뜨리다니, 믿는 구석이 따로 있다는 얘기일까? 겉으로는 사업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제주도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발판구축…? 옛 동지들의 근황을 점검…? ‘표고버섯단지’는 위급할 때 톡톡히 한몫 할 천혜의 ‘요새’…?
알쏭달쏭한 수수께끼로 남기고 서병천은 도망치듯 말끝을 맺었다. 수수께끼를 풀면 해답은 나올 테니까 궁금증을 스스로 해결하라는 식의 고자세여서, 방안의 사람들은 괘씸하고 불쾌한 듯 입술을 삐죽 내밀며 고개들을 숙여버렸다.
그러나 그 와중에서도 이유를 알 수 없는 묘한 웃음을 히죽 웃는 사람, 그는 이만성이었다. 이만성은 유리안 들여다보듯 서병천의 맘속을 환히 꿰뚫어 볼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음, 제주도 정복을 위한 진지구축- 귀신은 속여도 나 이만성을 속일 수 없을걸! 활화산처럼 타오르는 그 야망 꺾을 사람은 이 세상에 아무도 없을테니까. ‘초귀밭’ 즉 ‘표고버섯단지’를 정치적 또는 군사적 진지로 전용을 서두른다는 것은, 기발한 발상이고 말고… ‘황제의 꿈’을 꾸는 데도 필수적인 포석이랄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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