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에 바란다

    고하승 칼럼 / 시민일보 / 2003-11-11 18: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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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국장 고 하 승
    {ILINK:1} 정치적 여당인 열린우리당이 11일 중앙당 창당대회를 갖고 공식 출범했다.

    이날 창당대회에서 ‘우리당’은 새로운 정치, 잘사는 나라, 따뜻한 사회, 한반도 평화 등 4대 강령과 국민참여 및 통합의 정치 등 100대 기본정책을 채택했다.

    특히 우리당은 당원 일동 명의의 창당 선언문에서 “지역과 세대, 계층과 이념, 양성간 차별을 뛰어넘는 국민통합정치를 실현하고 부정부패와 정경유착을 근절, 정치개혁을 이룩하는 데 앞장설 것을 엄숙히 결의한다”고 밝혔다.

    우리당의 각오는 대단하다.

    지난 대선에서 국민이 보여준 참여정치의 열기와 양심적이고 개혁적인 각계각층의 역량을 총결집해 다가오는 17대총선에서 제1당이 되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김원기 공동의장은 이날 인사말에서 “지역주의에 기생하고 안주해 명맥을 이어온 정치인들을 이 땅에서 남김없이 몰아내고야 말겠다는 것을 약속한다”고 밝혔다.

    특정정당이 특정지역을 독식하는 잘못된 정치구도에 종지부를 찍고 국민통합의 정치시대를 열어가겠다는 야무진 뜻이 담겨 있다.

    그러나 내년 총선을 5개월여 앞두고 출범한 ‘우리당’은 원내 의석이 47석에 불과한 초미니 여당으로 거야(巨野)의 거센 압박과 여당으로서의 정체성 확립이라는 안팎의 도전이 끊임없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더구나 여전히 뿌리깊게 박혀 있는 지역주의 감정은 이들의 정치실험을 비웃고 있는 게 현실이다.

    따라서 우리당은 어쩌면 원내 1당은 커녕, 원내 2당의 의석마저 확보할 수 없을는지 모른다.

    그러나 그것이 걱정된다고 해서 개혁의지를 후퇴시켜서는 안 된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만일 우리당에서 ‘개혁’이 실종된다면 창당명분까지 실종되고 마는 것이다.

    그런데 그런 조짐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으니 걱정이다.

    특히 지난 10일 열린 경기 고양일산을 지구당 창당대회는 뭔가 석연치 않은 구석이 너무나 많다.

    만에 하나 동북아비전연구소 김두수 소장 등 출마 예정자들의 지적처럼, 중앙당이 현역 의원에게 기득권을 준 게 사실이라면 정말 실망이다.

    심지어 보수당으로 인식되고 있는 한나라당에서도 개혁성 짙은 일부 소장파 의원들은 지구당 위원장직을 기꺼이 내던지는 마당이다. 하물며 개혁 기치를 내걸고 출발하는 우리당 소속 의원이 기득권을 고집한다면 어디 말이나 되는 일인가.

    물론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 그런 정치적 술수가 필요할는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비록 패배하더라도 우리당은 그런 정치적 술수를 부리지 않는 깨끗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

    원내 1당이면 어떻고, 또 3당이면 어떠한가.

    사실 어느 정당의 원내 의석 수가 많고 적음은 역사적으로 볼 때에 그다지 중요한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

    오히려 정당사에 남을만한 깨끗한 정치행보를 취해왔다면 비록 원내 3당이 될지라도 역사적 평가는 달라질 것이라는 말이다. 그런 각오로 선거에 임한다면, 원내 1당이 되지 못할 이유도 없다.

    말로만 하는 개혁이라면 이제 신물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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