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치 혀를 조심하라

    문화 / 시민일보 / 2003-11-26 16:4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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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드 보이
    무성한 소문 속에 기대와 궁금증을 불러일으켜 온 박찬욱 감독의 신작 `올드 보이’가 실체를 드러냈다. 지금까지 알려진 것은 15년 동안 갇힌 자와 가둔 자의 대결이라는 것 정도.

    주인공은 아내와 어린 딸을 둔 평범한 샐러리맨 오대수. 술을 즐기고 떠들기 좋아하는 것 말고는 별다른 특징도 없는 그가 어느날 누군가에게 납치돼 사설 감금방에 갇힌다.

    중국음식점에서 배달돼오는 군만두를 먹으며 TV로 소일하던 그는 뉴스를 통해 아내가 피살됐으며 피의자가 바로 자신이라는 소식을 듣는다. 망연자실한 그는 자살을 시도하지만 그것조차 용납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고 난 뒤 자신이 갇힌 이유를 찾아내기 위해 기억의 창고에서 먼지를 털어 원한 살 만한 일을 기록해나간다.

    갇힌 지 15년이 지났을 때쯤 벽에 몸 하나를 빼낼 만한 틈을 만드는 데 성공하지만 어이없게도 대수는 큰 가방에 실려 처음 납치됐던 곳으로 풀려난다. 쏟아지는 햇빛에 눈이 부셔 몸조차 제대로 가누지 못한 채 거리로 나서는데 누군가 다가와 휴대전화와 수표가 든 지갑을 건네주고 달아난다.

    그가 처음 들른 곳은 TV에서 보던 일식집. 생선초밥을 주문한 뒤 갑자기 정신을 잃었다가 일식집 보조요리사 미도의 집에서 깨어난다. 알지 못할 힘에 끌려 가까워진 두 사람은 군만두의 맛을 따라 감금방의 위치를 찾아내고 우여곡절 끝에 그를 가둔 이우진을 만나게 된다. 우진은 대수에게 가둔 이유를 스스로 알아내면 깨끗이 죽어주겠다는 제안을 던진다.

    갇힌 자와 가둔 자의 대결이라는 설정은 일본의 동명 원작만화에서 따왔지만 과정과 결말은 판이하다. 감독이 깔아놓은 복선을 따라가면 차츰 비밀의 실체에 가까워지는데, 막상 뚜껑을 연 순간 마치 피라미드의 깊은 방에서 처음 파라오의 미라를 발견한 것 같은 충격과 공포에 휩싸이게 된다.

    `박찬욱의 복수극 연작’ 1편이라고 할 수 있는 `복수는 나의 것’에서는 누나를 구하려는 장애인의 인질극에 평범한 중소기업 사장이 딸을 잃자 처절한 복수에 나선다. `올드 보이’의 복수극도 혈연에 대한 원초적인 사랑이 동인을 이루는데, 똑같은 방법으로 응징하는 데 그치지 않고 스스로 파멸에 이르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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