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恨이 서린 호수의 비밀은?

    문화 / 시민일보 / 2003-12-01 17: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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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년호
    `천년호(千年湖)’(제작 한맥영화)는 전쟁사극과 무협판타지, 그리고 멜로를 담고 있는 대작. 칼 싸움에 와이어액션, 통일신라 의상과 중국의 비경 등 볼거리가 푸짐하고 천년사직의 비밀에다가 목숨을 건 사랑까지 이야깃거리도 넉넉하다.

    여기에 `두사부일체와 `가문의 영광’ 두 편으로 1000만명의 관객을 불러모은 정준호, 이동통신 광고로 신세대의 아이콘이 된 CF 스타 김효진, TV 사극 전문 탤런트에서 역사영화로 보폭을 넓힌 김혜리가 주인공으로 나섰다.

    부족국가 시대가 끝나고 고대국가가 등장할 무렵인 기원전 57년. 박혁거세가 이끄는 신라는 신목(神木)을 섬기는 아우타족을 전멸시킨다. 아우타족의 피는 커다란 호수를 이루고 박혁거세는 아우타족의 부활을 막기 위해 신목이 있던 자리에 신검(神劍)을 꽂아 봉인한다.

    본격적인 이야기는 천년의 세월이 흐른 뒤에야 시작된다. 갈수록 거세지는 변방의 전란으로 신라는 누란의 위기에 놓이지만 상승장군(常勝將軍) 비하랑이 전장을 누비며 힘겹게 조정을 지켜낸다. 그는 어느날 검술연습 도중 독사에 물려 신음할 때 목숨을 구해준 신비로운 처녀 자운비와 사랑에 빠진다. 비하랑을 흠모하던 진성여왕은 질투심에 몸을 떨지만 사직과 백성에 대한 책임 때문에 갈등한다.

    비하랑이 전장으로 떠난 사이 정체불명의 자객이 자운비의 목숨과 정조를 위협하자 자운비는 우연히 발견한 신검을 뽑아들고 대항했다가 천년호로 몸을 던진다.

    이때 봉인이 풀린 아우타의 원혼은 자운비의 몸을 빌려 요귀로 환생해 신라에 복수를 꾀한다. 과연 비하랑은 사랑하는 여인의 몸에 칼을 꽂아 천년사직을 구해낼 것인가.

    `닥터 봉’과 `자귀모’의 이광훈 감독은 신화의 세계와 역사적 무대를 배경으로 삼아 천년사직의 운명을 건 복수극과 반역극을 교직한 뒤 애정극으로 수까지 놓았다. 그러나 흥미로운 설정과 의욕적인 시도에도 불구하고 아쉬움은 적지 않다. 신화와 역사라는 날줄과 씨줄의 굵기가 너무 차이나는 탓일까. 아니면 그 위에 수를 놓은 실의 빛깔이 어울리지 않았기 때문일까.

    사실적인 검술 장면과 세트, 그리고 허공을 가르는 와이어 액션과 신비로운 분위기의 컴퓨터 그래픽 화면은 역사와 신화의 관계를 상징한다. 둘을 대비시키며 조화시키려는 시도는 높이 살 만하고 한 발짝 나아간 성과도 거두었다.
    임병화 기자cult@simin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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