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저씨가 부러워요. 그래도 최소한 윗사람 눈치보거나 잘릴 걱정은 안 하지 않습니까?”
영화 ‘비디오를 보는 남자’의 주인공(장현성)은 ‘비디오를 빌려주는 남자’다. 사법고시를 준비하다 뜻을 접었고 이후 시작한 직장생활도 승진을 앞두고 그만 둔 그가 아내와 헤어진 뒤 세상을 피해 ‘숨어든 곳’은 바로 비디오 가게.
물론, 남자는 손님을 대신해 우는 아이에게 비디오를 보여주고 ‘불량 고객’인 카페 종업원의 술친구도 돼주고 이혼한 아내의 카운슬링에 야반도주중인 여자도 숨겨주며 세상일과 끊임없이 관계를 갖고 있다.
사랑에도 삶에도 별다른 열정을 보이지 않던 이 남자의 생활에 작은 파장을 일으킨 것은 어느날 비디오 수거함을 통해 배달된 한 통의 편지다.
“전 얼마 전부터 당신을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이상한 여자라고 오해하진 마세요. 연모, 그런 것은 아닙니다. 모르지요. 그런 것일지도…”
그다지 새로울 게 없던 이 남자의 생활에 변화가 생긴 것은 이때부터. 한 통, 두 통, 세 통…, 편지가 쌓여갈수록 미지의 여자는 남자에게 점점 더 큰 의미를 갖게 되고 누구의 편지일까 하는 궁금증도 더해간다.
비디오를 잃어버리고 술값으로 대신하려는 카페의 미스신(사현진), 혹은 자신의 ‘은밀한’ 사생활이 담긴 비디오를 잘못 반납하고 안절부절못하는 예비작가 현숙(방은진), 아니면 가게에서 아르바이트하게 해달라고 떼쓰는 문구점 소녀(정은미).
글씨체를 비교하며 한 명 한 명 후보에서 지워가던 남자는 이들 중 현숙과 가까운 사이가 되는데….
몬트리올영화제, 광주국제영화제 등에서 먼저 소개된 후 어렵게 극장 개봉되는 이 영화는 서강대 영상대학원 교수인 김학순 감독이 8년에 걸쳐 완성한 독립영화다.
그렇다고 예술영화의 난해함을 떠올리고 지레 겁을 먹는다면 오산일 듯하다.
감독은 마흔 살을 넘어 처음 내놓은 장편영화에서 깔끔한 연출력으로 삶의 진실을 끄집어 내는 데 성공하고 있다. 인물, 카메라, 대사, 유머까지 그다지 튀어보이지 않는 이 영화가 긴 여운을 주는 이유는 이런 까닭이다.
나른하고 공허하지만 끊임없이 삶을 돌게 하는 에너지는 결국 첫 정사와 같은것. 편지 속 주인공의 말처럼 ‘모든 첫 정사는 운명적인 것이고 운명이란 처음 시작되는 것일 뿐 일단 시작되고 나면 새로울 것 없는 일상이 된다’.
서울 코아아트홀을 비롯해 전국 5개 극장에서 개봉한다.
영화 ‘비디오를 보는 남자’의 주인공(장현성)은 ‘비디오를 빌려주는 남자’다. 사법고시를 준비하다 뜻을 접었고 이후 시작한 직장생활도 승진을 앞두고 그만 둔 그가 아내와 헤어진 뒤 세상을 피해 ‘숨어든 곳’은 바로 비디오 가게.
물론, 남자는 손님을 대신해 우는 아이에게 비디오를 보여주고 ‘불량 고객’인 카페 종업원의 술친구도 돼주고 이혼한 아내의 카운슬링에 야반도주중인 여자도 숨겨주며 세상일과 끊임없이 관계를 갖고 있다.
사랑에도 삶에도 별다른 열정을 보이지 않던 이 남자의 생활에 작은 파장을 일으킨 것은 어느날 비디오 수거함을 통해 배달된 한 통의 편지다.
“전 얼마 전부터 당신을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이상한 여자라고 오해하진 마세요. 연모, 그런 것은 아닙니다. 모르지요. 그런 것일지도…”
그다지 새로울 게 없던 이 남자의 생활에 변화가 생긴 것은 이때부터. 한 통, 두 통, 세 통…, 편지가 쌓여갈수록 미지의 여자는 남자에게 점점 더 큰 의미를 갖게 되고 누구의 편지일까 하는 궁금증도 더해간다.
비디오를 잃어버리고 술값으로 대신하려는 카페의 미스신(사현진), 혹은 자신의 ‘은밀한’ 사생활이 담긴 비디오를 잘못 반납하고 안절부절못하는 예비작가 현숙(방은진), 아니면 가게에서 아르바이트하게 해달라고 떼쓰는 문구점 소녀(정은미).
글씨체를 비교하며 한 명 한 명 후보에서 지워가던 남자는 이들 중 현숙과 가까운 사이가 되는데….
몬트리올영화제, 광주국제영화제 등에서 먼저 소개된 후 어렵게 극장 개봉되는 이 영화는 서강대 영상대학원 교수인 김학순 감독이 8년에 걸쳐 완성한 독립영화다.
그렇다고 예술영화의 난해함을 떠올리고 지레 겁을 먹는다면 오산일 듯하다.
감독은 마흔 살을 넘어 처음 내놓은 장편영화에서 깔끔한 연출력으로 삶의 진실을 끄집어 내는 데 성공하고 있다. 인물, 카메라, 대사, 유머까지 그다지 튀어보이지 않는 이 영화가 긴 여운을 주는 이유는 이런 까닭이다.
나른하고 공허하지만 끊임없이 삶을 돌게 하는 에너지는 결국 첫 정사와 같은것. 편지 속 주인공의 말처럼 ‘모든 첫 정사는 운명적인 것이고 운명이란 처음 시작되는 것일 뿐 일단 시작되고 나면 새로울 것 없는 일상이 된다’.
서울 코아아트홀을 비롯해 전국 5개 극장에서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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