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파수사’라니 …

    고하승 칼럼 / 시민일보 / 2003-12-09 19: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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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국장 고 하 승
    {ILINK:1} 한마디로 이것은 충격이다.
    한나라당 이회창 대선후보의 개인후원회 부회장겸 법률고문을 지낸 서정우 변호사가 기업들로부터 거액의 불법자금을 받은 혐의로 검찰에 체포됐다니, 어찌 충격을 받지 않을 수 있겠는가.

    사실 최돈웅 의원의 SK비자금 100억원 불법수수사실이 밝혀진 것만으로도 서민들은 놀라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는 마당이다. 그런데 이번에 그가 받은 불법자금 액수는 그보다 훨씬 많은 수백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소문이고 보면, 도대체 한나라당의 대선자금 규모가 얼마나 되는 것인지 여간 궁금해지는 것이 아니다.

    만일 이 소문이 사실이라면 그 규모는 최 의원의 100억원을 포함, 무려 1000억원에 가까운 천문학적인 액수가 될 것이다. 그런데도 한나라당은 대선직후 “선관위에 신고한 내용에서 한푼도 가감할 것이 없다”고 거짓말을 했었다.

    SK비자금 100억원 불법수수사실이 처음 드러났을 때도 한나라당은 이를 부인하며 ‘야당 탄압’을 운운했었다. 나중에 가서야 최병렬 대표가 대국민사과를 했으나 그것도 구체적인 증거가 나오니까 마지못해 한 것일 뿐, 자발적인 고백은 아니었다.

    더구나 이 때에도 최병렬 대표는 SK비자금 문제만 잘못된 일처럼 얘기했다. SK비자금 외에 다른 `잘못’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는 말이다. 물론 이회창씨도 “변명의 여지없이 잘 못된 일”이라며 “법적 책임을 포함해 모든 책임을 지겠으며 검찰의 소환요구가 있으면 응하겠다”고 말했으나, 이는 어디까지나 최 의원이 불법수수한 SK비자금에 국한된 것이었다.

    만일 당시 이회창씨와 최 대표가 SK 비자금문제로 인해 기자회견을 할 때에 이런 사실까지 모두 고해성사 했더라면 지금쯤 검찰 수사가 끝나가고 있을 지도 모를 일이다. 그런데도 한나라당은 이를 반성하기보다 ‘편파수사’니 ‘표적수사’니 하며 오히려 정치공세를 일삼고 있으니 참으로 뻔뻔하다는 생각이다.

    더욱 가관인 것은 이씨의 한 측근이 “이대로 당하고만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았다는 점이다. 죄를 지었으면 당연히 죄값을 치러야 하거늘 가만있지 않겠다니 도대체 정신이 있기나 한 사람인지 모르겠다. 오죽하면 특검법 재의결 당시 공조체제를 유지했던 민주당마저 “SK 그룹에서 100억원을 받은 한나라당이 다른 기업에서도 수백억원에 이르는 불법비자금을 받았다는 것은 정경유착의 금자탑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며 비난하고 나섰겠는가.

    필자는 한나라당에게 묻고 싶다.

    정녕 이런 모습으로 내년 4.15 총선을 치르려는가. 이러고도 내년 총선에서 제1당 자리를 지킬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분명히 말하거니와 그저 한나라당의 깃발만 꽂으면 당의 모습이야 어찌됐든 무조건 당선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한나라당과 이회창씨는 지난 대선과정에서 받은 불법 선거자금의 전모를 즉각 공개하고, 검찰의 수사에 적극 협조한뒤 법적으로 책임질 일은 마땅히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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