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사파 색깔논쟁

    고하승 칼럼 / 시민일보 / 2003-12-18 19: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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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국장 고 하 승
    {ILINK:1} “대통령 주변을 에워싸고 있는 386 참모들 상당수가 대학 때 주사파 운동을 가열차게 한 사람들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말은 어느 취객이 술 한잔 얻어먹고 그냥 술김에 내뱉은 말이 아니다.

    바로 우리나라 원내 1당이라고 하는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가 그것도 공식석상에서 공개적으로 던진 말이다. 실제로 최 대표는 지난 17일 당 청년위원회 부위원장단 및 시도지부 위원장단 임명장 수여식에 참석해 “386 참모들이 총선에서 우리를 누르고 승리하면 대한민국의 미래가 심각해진다”며 이같이 말했다고 한다.

    이날 최 대표는 “차떼기 당이 돼서 염치가 없고, 얼굴 내놓고 다니기가 민망하다”고 고백한 후 느닷없이 색깔공세로 전환했다.

    그는 386 참모들이 가장 먼저 국가보안법부터 폐지하려고 할 것이라며 괜한 걱정을 하는가하면, “나라가 어려운 것을 바로잡아야 하는데, (386 참모들은) 이 기회에 나라의 근본을 뒤집는 발상을 하고 있는 것이 걱정된다”는 해서는 안될 말까지 했다고 한다.

    정말 그의 고백처럼 한나라당이 차떼기 정당이라서 염치가 없고, 그런 당의 대표로 얼굴 내놓고 다니기가 민망하다면 어떻게 하든지 그것을 극복해 내년 총선을 제대로 치를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정당 대표로서 취해야할 일이 아니겠는가.

    그런데 원내 1당의 대표라는 사람이 이처럼 근거도 없는 색깔공세를 펴는 것은 너무 무책임할 뿐만 아니라 도덕적으로도 결코 바람직하지는 않다. 더구나 이런 색깔공세가 다분히 총선승리를 위한 전략적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그 비난의 강도는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필자는 이번 총선이 정말 깨끗하고, 아름답게 치러져 정치권 전체가 구태를 벗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고 있다.
    물론 총선을 지켜보는 모든 국민의 마음 또한 그러할 것이다.

    그래서 색깔공세나 지역감정을 유발하는 정당을 비토하며, 정책경쟁을 통해 민심을 잡으라고 충고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매번 선거 때마다 불필요한 색깔논쟁에 휘말려 민심이 이리저리 뒤흔들렸는가하면, 지역감정을 조장하는 몇몇 구태의연한 정치인들 때문에 국론이 모아지지 못한 채 분열됐던 아픈 과거를 지니고 있다.

    그런 모습으로 우리민족이 발전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낙타가 바늘귀를 통과하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일일 것이다. 물론 남북 분단 상황이 지속되는 한 우리 사회는 어쩌면 이념적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을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금은 이념문제를 거론하면서 상대적으로 냉전 수구세력이 득을 보는 그런 시대는 분명 아니다. 따라서 한나라당의 최 대표는 386세대를 향한 색깔공세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

    물론 필자의 이런 충고는 민주당이나 열린우리당 등 다른 정당에게도 해당된다.

    어느 정당이고, 선의의 정책 경쟁을 외면한 채 색깔공세나 지역감정을 유발하는 전략으로 표를 구하려든다면, 국민은 한표의 주권행사를 통해 그런 정당에게 가혹한 심판을 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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