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요병’ ‘신세기 증후군’ ‘선진국병’이라고 불리는 비만. 경제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2003년 보건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영국, 호주 등 3개국은 비만 인구가 전체의 20%를 넘어 ‘비만 선진국’으로 나타났지만 확실한 치료법은 찾지 못하고 있다.
‘배고픈 유전자’(엘렌 러펠 쉘 지음)는 비만이 어떻게 유전자 및 환경과 연관되는지 추적한 책이다. 저자는 미국 보스턴대 과학저널리즘 센터의 교수로 ‘뉴욕타임스매거진’ ‘디스커버리’ 등 과학잡지에 글을 연재하고 있다.
‘산모의 영양상태가 나쁠 수록 아이가 비만에 걸리기 쉽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날 무렵인 1944-1945년 네덜란드에서 기아가 덮쳐 수많은 사람들이 죽었다. 이 상황에서도 출산은 계속돼 수천 명의 아기가 태어났다.
1970년대 컬럼비아 대학의 지나 슈타인과 머빈 쑤서는 중년이 된 이들 ‘네덜란드 대 기아’의 신생아들을 연구하다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어머니가 임신기간 첫 6개월 동안 기아를 겪은 경우 아기의 80%가 비만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연구자들은 자궁 안에서 충분히 영양 공급을 받지 못한 태아의 유전자는 쉽게 ‘배고프도록’ 프로그램화되어 충분히 먹어도 허기를 느끼게 된다고 주장한다.
‘탄산음료와 지방질 음식이 비만 유전자를 만든다’. 미크로네시아의 작은 섬 ‘코스라에’ 원주민들은 파파야와 빵나무 열매만 먹을 때만 해도 어느 민족보다 날씬했다. 베이컨 콜라 콘 비프 등이 들어오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이제 섬 주민들 대부분은 산만한 덩치를 갖고 30살이 되기 전에 심장마비로 죽는다.
저자는 이러한 현상은 “유전자가 기름진 음식에 굴복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기름기가 많고 단 음식에 길들여진 유전자는 그렇지 않은 음식을 먹었을 때 만족하지 못한다.
기름진 음식에 중독된 사람들은 적절한 수준보다 훨씬 높은 칼로리를 섭취해야만 포만감을 느끼게 된다. 어려서부터 탄산음료나 지방질 음식에 노출된 아이들에게 비만이 많이 나타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이원봉 옮김. 280쪽.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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