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백여명의 여성들도 낀 3천여명의 군중-특수훈령을 받은 군대처럼 늠름하고 질서가 정연했다. 눈을 씻고 뜯어보아도, 거칠고 난폭한 군중심리에 사로잡혀 정복욕을 불태우고 있는 모습이란 찾아볼 수가 없다.
정의로움만을 존중하는 본래의 절제된 착한 심성의 사람들임을, 몸에 밴 대로 보여주는 그들이었다. 총지휘자인 김순익 특공대장의 다잡음이 덤으로 곁들였음은 두말할 것도 없으리라.
“김순익 대장님! 우리들은 만사 제쳐놓고 부리나케 달려있는데, 언제까지 구호만 외치다 돌아갈 겁니까? 입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건 행동이 아닐까요? 우리들이 장터에서 목이 터져라고 외쳐보았자, 낯가죽 두꺼운 친일파 면장께서 ‘어서 날 잡아 잡수시오!’하고 모가지 내밀 위인도 아니지 않습니까? 벼락같이 쳐들어가서 우지끈 뚝딱 단방치기로 작살을 내는게 어떻습니까?”
군중속에서 누군가가 돼지 멱따는 목소리로 섭쩍지근하게 떠들댔다.
“옳습니다. 쳐들어가야 합니다. 3천명이 한꺼번에 몰려갈 필요는 없고, 제1차로 20여명을 내보내는 겁니다. 특공대작전을 펴야해요!”
누군가가 두 번째로 외쳤다.
고요한 호수에 돌을 던졌을 때처럼 잔잔한 장터가 흔들렸고, 군중속 여기저기서 술렁거렸다.
“여러분! 그런 걱정 안하셔도 됩니다. 선발대가 벌써 도착했을 테니까요. 곧 연락있을거요. 차분히 기다려봅시다!”
김순익이 빈 사과상자로 쌓아올린 임시연단위에 뛰어올라 우렁찬 목소리로, 술렁거리는 분위기에 쐐기를 박았다.
이 무렵이었다. 김순익의 특명을 받고 면사무소로 쳐들어가서 면장실을 덮친 10여명의 특공대원들은 우격다짐으로 이종상을 앞마당으로 개끌 듯 끌어냈다.
백만대군, 살기뻗친 적의 포위망속에 갇혀버린 몸이었지만, 웬일인지 이종상의얼굴에서 눈곱만큼도 주눅이 들어있는 구석을 찾아볼 수가 없다. 평상시와 다름없는 활달한 모습-훤칠한 키에 카이젤수염, 아니 강감찬 수염을 흩날리며 호탕불기(浩蕩不羈)-그 기개가 하늘을 찌를 듯이 세차게 솟구쳤다.
“당, 당신들 누구요? 백주대낮에 관공서에 쳐들어와서, 난동 부리다니…너희들의 정체가 뭐냐. 이 무법자들아! 절대로 용서하지 않을 터…. 어서 이 더러운 손놓지 못할까!”
이종상이 떨리는 목소리로 고함을 내지르며 멱살잡은 손을 탁 쳐냈다. 순간, 특공대원의 손은 튕겨나갔다.
“에잇, 이걸 그냥!”
특공대원은 눈알을 부라리고 갈퀴손을 내밀어 날렵하게 턱수염을 거머쥐었다. 그리고 입을 악물며 거머쥔 손을 힘껏 끌어당겼다.
잔인하기 짝없는 ‘수염뽑기 작전’으로 돌입한 셈이었다. 그러나 이종상은 두 다리에 힘을 모아 바위처럼 버티었기 때문에, 텃수염이 한줌 가득 뽑혀 나왔다.
이종상의 아래턱에서 검붉은 핏방울이 몇 오라기 수염줄기를 타고 뚝뚝 가슴패기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아니, 그래도 뭘 잘했다고…? 악질중의 악질이 맞아죽는 건 두려워 가지고, 버티면 살 줄 아나보지? 황소 코꿰듯 꿰뚫어서 코뚜레 끌어당겨야 순순히 따라나설 작정인가? 자 가자구 오일시장 장터로!”
턱수염을 거머쥔 채 특공대원은 이종상을 동물 다루듯, 비인간적인 대우를 서슴치 않았다.
두 명의 특공대원들이 가세해서, 도살장으로 끌려가는 황소 뒤를 쫓으며 매질대신 발길질 퍼부으면서 등덜미를 떼밀었다.
“사람살려! 날강도들이 생사람 잡네! 거기 누구 없소?”
이종상이 목청 가다듬고 비명을 내질렀다. 이 때였다.
기다렸다는 듯이 울타리 너머로부터 10여명의 거한들이 우당탕 퉁탕 뛰쳐나왔다. 얼굴에는 선글라스를 끼었고 복장은 새하얀 한복차림들이었다.
그들은 날개 돋힌 듯이 슬라브 지붕위로 날아올랐다.
정의로움만을 존중하는 본래의 절제된 착한 심성의 사람들임을, 몸에 밴 대로 보여주는 그들이었다. 총지휘자인 김순익 특공대장의 다잡음이 덤으로 곁들였음은 두말할 것도 없으리라.
“김순익 대장님! 우리들은 만사 제쳐놓고 부리나케 달려있는데, 언제까지 구호만 외치다 돌아갈 겁니까? 입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건 행동이 아닐까요? 우리들이 장터에서 목이 터져라고 외쳐보았자, 낯가죽 두꺼운 친일파 면장께서 ‘어서 날 잡아 잡수시오!’하고 모가지 내밀 위인도 아니지 않습니까? 벼락같이 쳐들어가서 우지끈 뚝딱 단방치기로 작살을 내는게 어떻습니까?”
군중속에서 누군가가 돼지 멱따는 목소리로 섭쩍지근하게 떠들댔다.
“옳습니다. 쳐들어가야 합니다. 3천명이 한꺼번에 몰려갈 필요는 없고, 제1차로 20여명을 내보내는 겁니다. 특공대작전을 펴야해요!”
누군가가 두 번째로 외쳤다.
고요한 호수에 돌을 던졌을 때처럼 잔잔한 장터가 흔들렸고, 군중속 여기저기서 술렁거렸다.
“여러분! 그런 걱정 안하셔도 됩니다. 선발대가 벌써 도착했을 테니까요. 곧 연락있을거요. 차분히 기다려봅시다!”
김순익이 빈 사과상자로 쌓아올린 임시연단위에 뛰어올라 우렁찬 목소리로, 술렁거리는 분위기에 쐐기를 박았다.
이 무렵이었다. 김순익의 특명을 받고 면사무소로 쳐들어가서 면장실을 덮친 10여명의 특공대원들은 우격다짐으로 이종상을 앞마당으로 개끌 듯 끌어냈다.
백만대군, 살기뻗친 적의 포위망속에 갇혀버린 몸이었지만, 웬일인지 이종상의얼굴에서 눈곱만큼도 주눅이 들어있는 구석을 찾아볼 수가 없다. 평상시와 다름없는 활달한 모습-훤칠한 키에 카이젤수염, 아니 강감찬 수염을 흩날리며 호탕불기(浩蕩不羈)-그 기개가 하늘을 찌를 듯이 세차게 솟구쳤다.
“당, 당신들 누구요? 백주대낮에 관공서에 쳐들어와서, 난동 부리다니…너희들의 정체가 뭐냐. 이 무법자들아! 절대로 용서하지 않을 터…. 어서 이 더러운 손놓지 못할까!”
이종상이 떨리는 목소리로 고함을 내지르며 멱살잡은 손을 탁 쳐냈다. 순간, 특공대원의 손은 튕겨나갔다.
“에잇, 이걸 그냥!”
특공대원은 눈알을 부라리고 갈퀴손을 내밀어 날렵하게 턱수염을 거머쥐었다. 그리고 입을 악물며 거머쥔 손을 힘껏 끌어당겼다.
잔인하기 짝없는 ‘수염뽑기 작전’으로 돌입한 셈이었다. 그러나 이종상은 두 다리에 힘을 모아 바위처럼 버티었기 때문에, 텃수염이 한줌 가득 뽑혀 나왔다.
이종상의 아래턱에서 검붉은 핏방울이 몇 오라기 수염줄기를 타고 뚝뚝 가슴패기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아니, 그래도 뭘 잘했다고…? 악질중의 악질이 맞아죽는 건 두려워 가지고, 버티면 살 줄 아나보지? 황소 코꿰듯 꿰뚫어서 코뚜레 끌어당겨야 순순히 따라나설 작정인가? 자 가자구 오일시장 장터로!”
턱수염을 거머쥔 채 특공대원은 이종상을 동물 다루듯, 비인간적인 대우를 서슴치 않았다.
두 명의 특공대원들이 가세해서, 도살장으로 끌려가는 황소 뒤를 쫓으며 매질대신 발길질 퍼부으면서 등덜미를 떼밀었다.
“사람살려! 날강도들이 생사람 잡네! 거기 누구 없소?”
이종상이 목청 가다듬고 비명을 내질렀다. 이 때였다.
기다렸다는 듯이 울타리 너머로부터 10여명의 거한들이 우당탕 퉁탕 뛰쳐나왔다. 얼굴에는 선글라스를 끼었고 복장은 새하얀 한복차림들이었다.
그들은 날개 돋힌 듯이 슬라브 지붕위로 날아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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