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주택 = 혐오시설 ?

    고하승 칼럼 / 시민일보 / 2003-12-27 18:2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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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국장 고 하 승
    {ILINK:1} 서울시가 지난 25일 강남구 세곡동과 서초구 우면동 등 시내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 9곳 78만여평을 대규모 택지개발지구로 지정·개발하고 2006년까지 6만가구의 아파트를 이곳에 공급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물론 이에 따라 ‘개발’과 ‘환경보전’사이의 우선 순위를 놓고 논란이 불가피하겠으나, 그보다 더욱 논란이 예상되는 것은 구청의 찬성 여부다.

    왜냐하면 모 TV방송에서 한 구청 공무원이 “세수입이 늘어나지는 않고 오히려 구청의 업무에 부담을 주는 임대아파트를 원하는 구청은 없을 것”이라고 단정적으로 말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투기로 장사하는 건설회사가 수익이 없어서 임대아파트를 지을 수 없다는 것도 아니고 구청 공무원이 사회복지비용 등 구정에 부담을 주기 때문에 임대아파트는 안된다고 말하는 세상이고 보면 이 세상은 참으로 희한한 세상이다.

    공무원의 존재 이유가 무엇인가. 헌법 제7조 제1항에 “공무원은 국민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라고 규정되어 있다.

    즉 공무원은 국민에 대한 봉사자로서 국민에 대해 책임을 질 때에만 존재 의의가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공무원이 임대주택을 마치 혐오시설이나 기피시설쯤으로 생각하고 있으니 이게 말이나 될법한 일인가.

    헌법은 분명히 ‘공무원은 국민에 대한 봉사자’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공무원이 임대 주택이 필요한 서민들을 기피한다면, 서민들은 이 나라의 백성이 될 수 없다는 것인지 그에게 묻지 않을 수 없다.

    고급아파트에 사는 사람들과 임대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을 우등국민과 열등국민으로 분류해서는 안된다.

    지금 우리나라 경제가 어렵다. 경제난으로 인해 신용불량자가 수백만을 헤아리는 지경이라고 한다.

    게다가 길거리에서는 100만명이 넘는 실업자나 노숙자들이 일거리를 찾지 못해 방황하고 있고 자금압박을 견디다 못해 자살을 택하는 중소기업 사장들이 줄을 잇고 있는 실정이다.

    상대적 빈곤의 문제가 아니라 당장 끼니를 걱정해야 하는 절대적 빈곤 문제로 고민하는 가장들이 숱하다. 소년·소녀가장과 모자가정 등 주위의 손길을 필요로하는 이웃들도 넘쳐나고 있는 실정이다. 공무원마저 이들을 포기해버리면 이들은 어디에 발을 붙이고 살아가라는 말인가.

    서민들은 임대아파트를 절실히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다.

    지역이기주로 인해 최소한의 복지정책이 사라져 버리지 않도록 공무원이 힘을 써 줘야 한다.

    사실 공무원이라면 서민에 대한 책임의식을 갖는 게 당연하지 않겠는가.

    물론 대부분의 공무원들은 그 구청의 공무원과는 생각이 다를 것으로 믿는다. 실제로 필자는 얼마나 많은 공무원들이 서민을 위해 땀을 흘리며 노력하고 있는지 잘 알고 있다. 그러기에 아직 우리나라는 희망이 있는 것이다.

    그나저나 누구, 그 한심한 공무원 이름을 아는 사람 없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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