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와 가정

    고하승 칼럼 / 시민일보 / 2003-12-29 18:5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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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국장 고 하 승
    {ILINK:1} 최근 아주 흥미 있는 연구보고서가 나왔다.

    보건복지부와 꽃동네현도사회복지대학이 공동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에서는 하루 평균 840쌍이 결혼하고 398쌍이 이혼했다. 두쌍 가운데 무려 한쌍 꼴로 이혼을 한 셈이다.

    이런 추세대로 간다면 머지않아 우리나라 이혼율은 ‘이혼천국’이라는 미국이나 스웨덴을 앞지르게 될 것이 분명하다.

    이미 노르웨이, 영국, 캐나다, 프랑스, 독일보다도 이혼빈도가 훨씬 높다. 게다가 20년 이상 함께 산 부부가 헤어지는 `황혼이혼’도 급증하는 추세이고, 10쌍중 1쌍은 재혼커플일 정도로 재혼율도 늘어나고 있다.

    따라서 가정은 이제 더 이상 전통적인 가부장제의 틀 속에 가둬둘 수만은 없게 됐다. 그만큼 결혼과 이혼에 대한 사회전반의 인식이 급변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수개월 전만 해도 이혼률이 이렇게까지 높지는 않았었다.

    그런데 이처럼 갑작스럽게 이혼률이 증가한 이유는 대체 무엇일까. 물론 많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겠으나 최근의 정치권 움직임이 이혼을 부채질하는 주요 요인이었다면 웃기는 얘기일까.

    아니다. 우선 민주당의 분당 과정을 보자. 열린우리당으로 간 사람과 지금 민주당에 남아있는 사람들 가운데는 소위 ‘단짝’인 사람들이 많았다.

    노 대통령과 추미애 의원만 해도 그렇다. 정몽준 의원이 대선 당시 단일 후보였던 노무현 후보에 대해 지지를 철회 한 것도 사실은 노 후보가 추 의원을 차기 대권주자로 치켜세웠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만큼 그들은 ‘찰떡 궁합’이었다는 말이다.

    그런데도 그들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아주 쉽게, 그것도 아무 미련 없이 헤어지고 말았다.

    또 열린우리당 이부영 의원과 김충환 전 강동구청장은 `12년 정치적 동지’로서 그동안 `찰떡 궁합’을 과시해왔으나 이번에 갈라서고 말았다.

    두 사람은 서울대 정치학과 동문으로 특히 지난 95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국민회의를 창당했을 때도 민주당에 잔류한 뒤 한나라당으로 함께 배를 갈아타는 등 정치적 격변기마다 `공동운명체적 선택’을 해왔다. 그런데 이번에 갈라서고 말았다. 서울 중구의 열린우리당 정대철 의원과 김동일 전 서울중구청장도 흡사한 경우다.

    정말 갈라설 수 없을 것처럼 여겨졌던 이들이 갈등의 여지없이, ‘칼로 무 자르듯’ 너무나 쉽게 갈라서고 있는 것이다.

    과연 이들 사이에 공통적인 이념이 있기나 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그야말로 정치권 전체가 바람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 때 ‘철새 정치인’으로 낙인찍히면 정치생명이 끝나는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그게 아니다. 너도나도 모두가 바람난 철새 정치인들인데 누가 누구를 손가락질 할 수 있겠는가.

    이 당에서 저 당으로 옮기는 것쯤은 이제 흠도 아니다. 정치가 이처럼 바람났는데 하물며 선남선녀들의 가정인들 온전하겠는가.

    그렇다면 바람난 정치권에 가정파탄의 책임을 물어 손해배상이라도 청구해야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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