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익이 길모퉁이로 비켜선 순간, 앞장을 선 군중들이 허둥거리며 발걸음을 멈췄다.
김순익과 특공대원 사이에 주고받는 얘기를 들을 수는 없어도, 분위기가 예사롭지 않음을 퍼뜩 감지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군중들의 행진이 멈춰졌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김순익은 갑자기 홍당무가 되어버린 얼굴로 멍하니 서 있다가 나직히 입을 열었다.
“면사무소에 살인마들이 진을 치고 있었단 말인가? 총 쏘는 소리도 폭탄 터지는 소리도 들리지 않았는데, 그렇다면 일본도를 휘둘러서 우리 동지들을…?” 김순익은 눈물을 글썽거리며 와들와들 몸을 떨었다.
“흉기를 휘두른게 아니고, 육지부에서 집단으로 몰려온 무술인들에게 공격을 받고, 단방에 6명이 고꾸라지고 말았어요. 난생 처음보는 초인적인 무술실력이던데요!”
문제의 특공대원은 울먹거리면서도 스릴있는 장면이 감동적이었던 듯 은연중에 괴한들을 치켜세우는 것 같은 말투로 대꾸했다.
“어서 빠지세요, 대장님은…. 우리는 대장님이 불행해지는 장면을 볼 수 없다구요!”
“빠지다니 미쳤다고 내가 빠져? 작전에 실패는 했지만 후퇴할 수는 없단말야! 여러분! 자, 갑시다! 나를 따르시오!”
김순익은 대열을 가다듬고 군중들의 선두자리로 나섰다.
그러나 김순익이 20m도 채 걸어가지 전에, 천야만야 높은 낭떠러지와 맞닥뜨리고 말았다. 장사진을 이룬 10여대의 군용트럭들-중무장한 미군과 경찰을 실은 트럭들이 면사무소 정문 앞에 멎고 있었고, 군인과 경찰들이 뻔질나게 하차를 하고 있잖은가.
앞장을 선 군중들이 우물쭈물 발걸음을 멈추는가 싶더니, 몇 발짝씩 뒷걸음질을 했다.
그때였다. 탕·탕·탕…하늘과 땅을 진동시키는 총소리가 울려퍼진 것은…. 길목을 가득 메운 미군과 경찰이 하늘을 향해 산발적으로 총을 쏘아대는 것이었다.
군중들의 사기를 꺾기 위해 쏘는 위협발포임을 누구나 쉽게 알 수 있었다.
“도대체 이게 웬 날벼락인가? 군중들이 난동을 부리지도 않았는데 죄 없는 군중들을 겨냥해서 총알을 퍼붓다니, 민주국가의 민주군대가 평화로운 이 땅에 공포분위기를 만든다는 것은 용납될 수 없는 일이라구!”
김순익은 펄쩍펄쩍 뛰면서 앞으로 쭈르륵 달려나갔다. 군중 속에서 몇 사람이 뛰쳐나가서 김순익을 군중 속으로 끌어들였다.
“전진을 위해 후퇴할 때라고 봐요. 중무장한 군경과 맞서 싸운다는 것은 백해무익, 자살행위일 뿐이란 말요”
몇몇 사람들이 발광하려는 김순익을 겹겹이 둘러싸서 만류하고 있을 순간이었다. 미군과 경찰들이 10여m앞으로 바싹 다가왔다.
“잘 들으시오! 이제부터 움직이거나 달아나는 사람은 가차없이 쏠 것이오. 목숨이 아까우면 당국의 지시대로 움직여주시오!”
통역관으로 보이는 사나이가 담장 위로 올라서서 을러댔다. 아니, 친일파가 친미파로 둔갑을 하다니…카멜레온 뺨칠 이종상의 둔갑술 앞에 군중들은 경탄을 금할 수가 없었다.
미군과 경찰의 호위를 받으며 이종상이 담장위로 올라섰다.
“나 이종상이 한마디해야겠소. 군중 여러분! 당신들은 관광면민 틀림없나요? 그렇다면 무엇을 얻을 목적으로 떼지어 몰려오게 된 걸까요? 혹시 폭도로 변해 면장자리도 폭력으로 이종상의 재산도 폭력으로 빼앗기 위해서였다면 그것은 강도짓과 다를 것이 없다고 봐요. 지금은 과도기라구 과도기…. 패전국인 일본군은 물러갔고, 승전국인 미국이 과도기를 다스리는 군정을 베풀기 시작했소. 당신들이 불법을 저지른다면 그 불법행위를 미군정청 당국은 용서하지 않을 것이오. 나더러 친일파라구? 당신들은 뭐여? 일제치하에 이 땅에 남아있지 않고 외국에 망명이라도 갔다가 돌아왔나요? 그리고 나더러…”
군중들을 내려다보며 훈계조로 떠벌리는 이종상의 말은 줄기차게 이어져나가고 있었다.
김순익과 특공대원 사이에 주고받는 얘기를 들을 수는 없어도, 분위기가 예사롭지 않음을 퍼뜩 감지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군중들의 행진이 멈춰졌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김순익은 갑자기 홍당무가 되어버린 얼굴로 멍하니 서 있다가 나직히 입을 열었다.
“면사무소에 살인마들이 진을 치고 있었단 말인가? 총 쏘는 소리도 폭탄 터지는 소리도 들리지 않았는데, 그렇다면 일본도를 휘둘러서 우리 동지들을…?” 김순익은 눈물을 글썽거리며 와들와들 몸을 떨었다.
“흉기를 휘두른게 아니고, 육지부에서 집단으로 몰려온 무술인들에게 공격을 받고, 단방에 6명이 고꾸라지고 말았어요. 난생 처음보는 초인적인 무술실력이던데요!”
문제의 특공대원은 울먹거리면서도 스릴있는 장면이 감동적이었던 듯 은연중에 괴한들을 치켜세우는 것 같은 말투로 대꾸했다.
“어서 빠지세요, 대장님은…. 우리는 대장님이 불행해지는 장면을 볼 수 없다구요!”
“빠지다니 미쳤다고 내가 빠져? 작전에 실패는 했지만 후퇴할 수는 없단말야! 여러분! 자, 갑시다! 나를 따르시오!”
김순익은 대열을 가다듬고 군중들의 선두자리로 나섰다.
그러나 김순익이 20m도 채 걸어가지 전에, 천야만야 높은 낭떠러지와 맞닥뜨리고 말았다. 장사진을 이룬 10여대의 군용트럭들-중무장한 미군과 경찰을 실은 트럭들이 면사무소 정문 앞에 멎고 있었고, 군인과 경찰들이 뻔질나게 하차를 하고 있잖은가.
앞장을 선 군중들이 우물쭈물 발걸음을 멈추는가 싶더니, 몇 발짝씩 뒷걸음질을 했다.
그때였다. 탕·탕·탕…하늘과 땅을 진동시키는 총소리가 울려퍼진 것은…. 길목을 가득 메운 미군과 경찰이 하늘을 향해 산발적으로 총을 쏘아대는 것이었다.
군중들의 사기를 꺾기 위해 쏘는 위협발포임을 누구나 쉽게 알 수 있었다.
“도대체 이게 웬 날벼락인가? 군중들이 난동을 부리지도 않았는데 죄 없는 군중들을 겨냥해서 총알을 퍼붓다니, 민주국가의 민주군대가 평화로운 이 땅에 공포분위기를 만든다는 것은 용납될 수 없는 일이라구!”
김순익은 펄쩍펄쩍 뛰면서 앞으로 쭈르륵 달려나갔다. 군중 속에서 몇 사람이 뛰쳐나가서 김순익을 군중 속으로 끌어들였다.
“전진을 위해 후퇴할 때라고 봐요. 중무장한 군경과 맞서 싸운다는 것은 백해무익, 자살행위일 뿐이란 말요”
몇몇 사람들이 발광하려는 김순익을 겹겹이 둘러싸서 만류하고 있을 순간이었다. 미군과 경찰들이 10여m앞으로 바싹 다가왔다.
“잘 들으시오! 이제부터 움직이거나 달아나는 사람은 가차없이 쏠 것이오. 목숨이 아까우면 당국의 지시대로 움직여주시오!”
통역관으로 보이는 사나이가 담장 위로 올라서서 을러댔다. 아니, 친일파가 친미파로 둔갑을 하다니…카멜레온 뺨칠 이종상의 둔갑술 앞에 군중들은 경탄을 금할 수가 없었다.
미군과 경찰의 호위를 받으며 이종상이 담장위로 올라섰다.
“나 이종상이 한마디해야겠소. 군중 여러분! 당신들은 관광면민 틀림없나요? 그렇다면 무엇을 얻을 목적으로 떼지어 몰려오게 된 걸까요? 혹시 폭도로 변해 면장자리도 폭력으로 이종상의 재산도 폭력으로 빼앗기 위해서였다면 그것은 강도짓과 다를 것이 없다고 봐요. 지금은 과도기라구 과도기…. 패전국인 일본군은 물러갔고, 승전국인 미국이 과도기를 다스리는 군정을 베풀기 시작했소. 당신들이 불법을 저지른다면 그 불법행위를 미군정청 당국은 용서하지 않을 것이오. 나더러 친일파라구? 당신들은 뭐여? 일제치하에 이 땅에 남아있지 않고 외국에 망명이라도 갔다가 돌아왔나요? 그리고 나더러…”
군중들을 내려다보며 훈계조로 떠벌리는 이종상의 말은 줄기차게 이어져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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