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이루자

    칼럼 / 시민일보 / 2004-01-06 19:4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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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종 훈 국정경영원 원장
    경선이 다가오면서 돈 선거, 조직 선거의 바람이 거세지는 분위기다. 정치부패에 대한 국민적 염증이 극에 달한 시점이건만, 다른 한편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은 우려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더욱이 정치개혁의 대의를 내걸고 분당과 탈당까지 불사하며 만든 열린우리당의 일부 후보자들마저 그 대열에 합류하고 있는 현실은 우리를 우울하게 만든다.

    깨끗한 선거, 정책 선거를 표방하며 선거운동을 준비한 지 4개월. 주변에서 들리는 이런저런 소문은 열린우리당에 몸담은 것을 부끄럽게 만들 정도다.

    내가 그들과 함께 합의문에 서명하고, 어깨를 나란히 경선 대열에 서 있다는 사실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

    돈 선거, 조직 선거를 할 경우에 자진 사퇴하겠다는 문구에 잉크도 마르기 전에, 아니 그 이전 훨씬 전부터 그들은 이것을 지킬 의사가 없었음이 분명하다.

    우리는 민주화의 마지막 단계, 그 힘겨운 고개를 넘고 있다.

    이 국면에서 민주주의의 공고화를 이루어내지 못한다면, 길고도 깊은 반동의 시절을 보내야 할지 모른다.

    이러한 엄중한 국면임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들은 꿈을 너무도 간단히 내던져 버리고 눈앞의 이익을 쫓기에 바쁘다.

    그 길은 우리가 넘어야 할 벽이다. 손에 손을 맞잡고 넘어야 할 ‘반민주’의 산이다.

    그것을 길이라 우기며 우리를 다시 주저앉히지 말라. 그것이 현실이라 강변하며, 우리에게서 꿈을 앗아가지 말라.

    너희 눈앞의 대한민국은 더 이상 정치 후진국이 아니라고 외칠 것이다. 그렇게 또 다른 한강의 기적을 이룩했노라고, 내 아이들에게 자랑스럽게 말할 것이다.

    많은 사람이 입을 모아 말한다. 이 상태로 가면 수도권에서는 한나라당이, 호남에서는 민주당이 압도적인 승리를 거둘 것이라고…

    바람! 우리에겐 바람이 필요하다. 차가운 북서풍이 아닌 따뜻한 남동풍이 불어야 한다.

    역사의 바람이다. 민주화의 순풍이다. 그 바람은 돈 선거, 조직 선거를 거부한다.

    그것이 정답이 아니라고 말한다. 정답은, 깨끗함이요, 참신함이요, 다름이다. 확실히 다른 무엇이다.

    돈 선거, 조직 선거가 현실이라고 말하는 일부 후보자들에게 요구한다. 당장 중단하라. 중단하고 물러서라.

    그대들이 물러서는 것이 민주화의 순풍이 불게 하는 길이다.

    물러서지 않는다면 역사는 그대들에게 책임을 물을 것이다.

    너희들의 욕심이 나라를 망쳤다고 맹렬히 꾸짖을 것이다. 그것은 그대들의 불행인 동시에, 나라의 재앙이다.

    민주화의 고단하고 긴 여정을 마치고, 결실을 맺어야 할 이 치열한 국면에서, 그저 주저앉고 만다면 우리 모두 만고의 역적이 되고 말 것이다.

    나라가 위태롭다. 우리가 아니면 누구도 이 나라를 다시 살릴 수 없다.

    바른 길로 나가는데 힘을 보태야 할 때다.

    주저할 시간이 별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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