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는 지속돼야할 ‘쇼’

    고하승 칼럼 / 시민일보 / 2004-01-15 19:30:21
    • 카카오톡 보내기
    편집국장 고 하 승
    {ILINK:1} 어차피 정치는 쇼다. 정치인들의 민생투어는 어디까지나 국민에게 잘 보이기 위한 제스처일 뿐, 그것이 그들의 실제 삶은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기왕 쇼를 벌일 바에야 흥행에 성공하는 멋진 연기를 해야 하지 않겠는가.

    물론 쇼는 흥행에 성공할 수도 있고 실패할 수도 있다. 쇼를 한다고 해서 반드시 흥행에 성공하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실제 지금까지 정치인들은 정말 진땀나게 쇼를 벌였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흥행에 실패했다.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는 대선 후보 시절, 흙 묻은 오이를 ‘덥석’ 깨물어 먹는 모습을 기가 막히게 연출했다.

    최병렬 한나라당 대표도 이른 새벽 남대문시장을 찾아 상인들의 거친 손을 잡는 모습을 연출했다.

    그러나 결과는 그리 신통치 않았다. 이 전 총재는 ‘다된 밥에 코 빠뜨린 격’으로 선거운동 기간 내내 앞서가다가 낙선하고 말았으며, 최 대표는 ‘차떼기’ 정당이라는 나쁜 이미지를 불식시키지 못한 채 끝없이 추락하는 한나라당의 모습을 지켜봐야 하는 실정이다.

    한마디로 두 사람 모두 멋진 쇼를 연출했음에도 불구하고 흥행에는 실패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최 대표는 작년 7월 9일 “앞으로 주1회 민생현장을 방문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의 약속은 전혀 지켜지지 않았다. 이것이 흥행참패의 원인이다.

    한 두 번 하다가 그치는 쇼라면 애초 아니함만 못하다.

    그런데 지금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이 이들과 유사한 쇼를 연출하고 있다.

    정 의장은 지난 13일 서울 강서구의 한 음식점에서 택시 운전기사들과 조찬간담회를 갖는 등 전날 남대문시장에 이어 이틀째 민생 탐방을 계속하면서 당 지지율 제고를 위한 여론몰이에 진력했다.

    14일 오전에는 당직자들과 함께 서울 마포구 아현2동 한 독거노인집을 방문해 생필품을 전달하며 이들을 위로했는가 하면, 15일에는 청소년 직업학교를 찾았다.

    물론 쇼다. 그러나 정 의장의 이번 쇼는 어쩐지 흥행에 성공할 것이라는 예감이 든다.

    그는 지난 12일부터 어제까지 단 하루도 거르지 않고 이런 쇼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그의 민생투어 연기가 지속되기를 바란다.

    어차피 국민들은 정치인들에게 남대문 시장의 상인이 되라고 강요하지는 않는다.

    다만 그들의 손을 잡아주는 연기를 해 주는 것만으로도 상인들은 만족이다.

    또 국민들은 정치인들에게 노동자가 되라고 요구하지도 않는다.

    기름 묻은 노동자의 손을 덥석 잡아주는 것만으로도 만족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정치인들에게 농민이 되라고 요구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다만 그들의 고통을 이해하면서 그들의 아픔을 들어주는 연기를 하는 것만으로도 대만족이다.

    따라서 정치 쇼는 지속돼야 한다.

    정치인들의 쇼가 어쩌면 이 나라의 미래를 장밋빛으로 바꾸어 놓을 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모든 배우는 극중에 등장하는 인물 연기에 몰입하다 결국 그와 동화되는 까닭이다.

    [ⓒ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시민일보 시민일보

    기자의 인기기사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