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외교와 굴종외교

    고하승 칼럼 / 시민일보 / 2004-01-19 19:3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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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국장 고 하 승
    {ILINK:1} “자주외교를 외쳐 제대로 된 나라 없는 것 같다.”

    이는 우리나라 원내 제1당인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가 어제 기자회견을 하면서 던진 말이다. 아마도 윤영관 외교통상부장관이 지난 15일 사실상 경질된 것을 계기로 ‘자주외교’ 논쟁이 불거지고 있는 것을 겨냥한 발언인 듯싶다.

    그렇다면 이는 노골적으로 자주외교를 반대한다는 뜻인데, 자주외교의 반대라면 국가의 자존심을 내팽개쳐버린 ‘굴종외교’가 아닌가.

    어떻게 국회의 사실상 지배정당이라고 할 수 있는 한나라당 대표가 이렇듯 ‘굴종외교’를 옹호하는 발언을 하는 것인지 필자로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최 대표는 또 “(자주외교를) 가장 열심히 외친 나라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정말 최 대표의 말처럼 북한이 자주외교에 실패한 것인가. 그렇지는 않다.

    괜히 자칫 잘못하다가는 필자가 ‘빨갱이’로 몰릴 수도 있겠으나, 곰곰이 생각해보면 북한의 자주외교능력이 뛰어나다는 점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 아닌가.

    실제로 상대가 미국이건 일본이건, 어느 강대국이건 북한을 상대로 외교전에서 이기는 것을 별로 본적이 없다.

    미안한 말이지만 우리는 싫건 좋건 북한식 자주외교의 장점을 인정해야 한다.

    북한이 경제에 실패했다고 해서 자주외교마저 실패한 것은 결코 아니라는 말이다.

    프랑스나 독일 같은 나라도 미국을 비웃고 약올리면서 내부적으로는 국익을 위한 대안을 찾고 있다.

    나름대로 자주외교를 지향하고 있다는 말이다.

    이는 지극히 당연한 국가의 주권이다.

    국가의 자존심과 자주권의 자연스런 행사를 거부하는 최대표는 혹시 ‘자주’ 와 ‘독립’ 혹은 ‘주권’이라는 단어를 어떻게 사용하는지 잘 모르고 있는 것이나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그동안 우리 민족은 미국에 알아서 기느라 미국에 한대도 제대로 맞아본 적이 없다. 단지 맞으면 몹시 아플 거라고 상상할 뿐이다.

    그러다 보니 미군 용산기지이전 합의가 한국의 일방적인 부담을 강요하는 굴욕적 협상으로 진행되고 말았다.

    한국이 30억달러에 달하는 이전 비용을 부담하고 320만평에 달하는 대체부지를 제공하도록 하는 것을 우리 정부가 그대로 수용한다면 이는 자주외교가 아니라 굴종외교다.

    더구나 미국이 요구하는 비용을 대주면서 그 돈이 어떻게 쓰였는지 알 수 없다는 것은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따라서 정부는 처음부터 다시 협상을 시도하되, 미국과 동등한 입장에서 자주권을 가지고 협상에 임해야 할 것이다. 용산 미군기지 이전 문제를 이라크 파병문제와 연결시키는 방안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대한민국 최초로 미국과 동등한 입장에서 ‘자주외교’의 안목으로 대항해 나간다면 얼마나 멋진 장면이 연출되겠는가.

    분명히 말하거니와 자주외교는 실패하는 외교가 아니라 성공하는 외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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