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6명 여성의 삶 엿보기

    문화 / 시민일보 / 2004-01-25 16:22:12
    • 카카오톡 보내기
    화제의 신간 - 유명한 여자들
    이탈리아 소설가 지오바니 보카치오(1313-1375)의 1361~1362년 작 ‘유명한 여자들’(나무와숲 刊)은 106명의 여성들의 삶을 소개한 최초의 ‘여성 전기’ 모음집이다.

    ‘데카메론’이후 처음으로 국내에 소개되는 보카치오의 저작.

    보카치오는 서문에서 페트라르카(1304-1374)의 ‘유명한 남자들의 생애’에 자극을 받아서 이 작품을 쓰게 됐다고 밝혔다.

    페트라르카의 저서를 접한 후 유명한 여성들을 위한 개론서도 필요하다는 생각을 갖게 된 것이다.

    인본주의자였던 보카치오는 기독교적인 도덕관을 거부하고 세속적인 관점에서 여성을 해석해 냈다.

    그리스 신화의 여성들도 예외가 아니었다.

    아름다움의 대명사 비너스는 자유분방한 섹슈얼리티를 상징한다.

    보카치오는 비너스의 빼어난 미모가 뭇 남성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결국 그들의 눈을 멀게 했다고 말한다.

    비너스는 첫 남편인 렘노스의 왕 불칸이 죽자 키프로스의 왕 아도니스와 결혼했고, 그마저 죽자 자신의 분방한 욕구에 몸을 내맡겼다고 한다. 보카치오의 비난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수치심을 덜어 주면서 방종을 좀더 즐기기 위해 비너스는 혐오스러울 정도로 지저분한 것을 고안했다 비너스는 최초로 공창(公娼)을 설립했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결혼한 여성도 사창가로 끌어들였다고 한다”(‘키프로스의 여왕, 비너스’ 중)

    보카치오는 이어 이집트 여왕 클레오파트라의 권력욕과 탐욕을 들춘다.

    그는 “클레오파트라는 그녀의 선조들과 매력적인 용모를 빼면 영광을 누릴 진정한 이유가 없었다”고 말할 정도.

    클레오파트라는 자신의 남편이기도 한 동생을 죽이고 왕국을 차지했으며 카이사르와 안토니우스를 유혹해 권좌를 지키는 등 타락한 권력욕을 가졌다고 한다.

    강인함과 위대함으로 존경받는 여성들도 등장한다.

    폴릭세네는 트로이의 왕 프리아모스와 헤카베 사이에서 태어난 딸로 빼어난 미인이었다고 전한다.

    헤카베는 전쟁 영웅 아킬레우스가 딸 폴릭세네의 미모에 반한 것을 이용, 그를 살해한다.

    트로이가 함락되고 폴릭세네는 아킬레우스의 영혼을 위로하기 위한 희생물로 바쳐지게 된다.

    “앙심으로 가득 찬 젊은이가 칼을 꺼낼 때 구경꾼들은 통곡을 했지만, 정작 그녀는 아무런 죄 없는 자기 목을 내밀면서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고 당당했다고 한다. 그 때문에 모두들 감동했으며, 그녀의 강인함을 존경하고 그녀의 죽음을 애도했다고 한다”(‘프리아모스 왕의 딸, 폴릭세네’ 중)

    보카치오는 인류 최초의 여성 이브부터 초자연적인 능력을 가진 마녀 메디아, 근친상간의 불륜을 저지른 세미라미스, 팜므파탈적인 매력을 지닌 메두사, 뛰어난 지략가이자 발명가인 미네르바 등 다양한 여성들을 독특한 시각으로 보여준다.

    임옥희 옮김. 504쪽. 1만원.

    [ⓒ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시민일보 시민일보

    기자의 인기기사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