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갑과 임종석

    고하승 칼럼 / 시민일보 / 2004-01-27 19: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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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국장 고 하 승
    {ILINK:1} 우선 두 사람은 모두 기득권을 포기했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한 사람은 정말 기득권을 포기한데 반해, 한 사람은 여전히 기득권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는 점에서 두 사람은 확연한 차이가 있다.

    열린우리당 임종석 의원은 현역 기득권을 포기했다. 또 민주당 한화갑 의원은 사실상 당선을 보장받는 자신의 지역구를 포기하고 어려운 수도권지역 출마를 선택했다.

    현역의원으로서 자신의 정치생명과 직결된 기득권을 포기한다는 것은 결코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따라서 두 사람의 이런 결정은 박수를 받기에 충분하다.

    임 의원은 지난 26일 “의정보고회를 개최하지 않을 것이며, 의정보고서를 제작·배포하지도 않을 것”이라면서 “현역의원으로서의 모든 기득권을 포기하겠다”고 밝혔다.

    정치관계법 개정 지연으로 정치신인들의 선거운동이 크게 제약받고 있는 반면 현역의원들은 의정보고회 등을 통해 기득권을 누리고 있다는 비판 여론이 비등한 가운데 임 의원의 이런 선언은 참으로 신선하다.

    그는 또 선거비용의 인터넷 홈페이지 공개, 언론과 시민단체의 취재 및 동행 24시간 보장, 네거티브 캠페인 거부 등도 약속했다.

    결코 쉽지 않은 결정이다.

    또 한 의원은 오는 4월 총선에서 서울 출마의사를 밝히며 이날 지구당 당직자들과 착잡한 심경으로 작별인사를 했다.

    그는 지역구에 남고 싶은 솔직한 심정을 우회적으로 말한 뒤 정치적 변혁기에 갈길을 찾아 갈 수밖에 없는 심정을 ‘가노라 승달산(무안)아 다시보자 흑산도(신안)…’라는 시조로 표현했다고 하니, 그 심정을 어찌 모르겠는가.

    그러나 거기까지다.

    그 이후 한 의원은 결정적인 우(偶)범하고 말았다.

    그는 후임 총선 후보를 중앙당과 협의해 내려 보내겠다고 밝혔다.

    정치적 변혁기에 당 후보를 민의를 무시한 채 중앙당에서 일방적으로 결정한다는 것은 또 다시 밀실공천을 하겠다는 것으로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일이다.

    한 의원은 지역구를 떠나가면 그 뿐이다.

    그 다음은 지역 주민들이나 당원들이 민의를 모아 그 지역에 적합한 사람을 후보로 낼 것 아니겠는가.

    그런데 무엇 때문에 후보를 선출하는 일에 관여하겠다는 것인지 그에게 묻지 않을 수 없다.

    그것은 또 다른 기득권 주장일 뿐이라는 점에서 결코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기득권을 포기하려면 모든 것을 버려라.

    굳이 불출마를 선언하라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작은 기득권에 연연하다보면 큰 그림을 그리지 못할 수도 있다.

    필자는 현역 프리미엄을 포기한 임의원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하지만 지역구를 포기한 한 의원에게는 박수를 보내되, 총선후보공천에 관여하겠다는 그의 기득권 집착에는 따끔한 충고를 할 수밖에 없음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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