뺄셈정치의 미학

    고하승 칼럼 / 시민일보 / 2004-01-29 19:2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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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국장 고 하 승
    {ILINK:1} 정치개혁은 뺄셈으로부터 비롯되는 것이다.

    덧셈방식으로는 결코 정치개혁을 이룰 수 없다는 말이다.

    이런 등식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것이 바로 지난 16대 대선이다. 한나라당은 당시 ‘이회창 대세론’을 믿고 민주당과 자민련 등 각 정당소속 의원들을 ‘과거불문’식 마구잡이 형태로 영입했다.

    퇴출 직전의 의원들을 영입하는 그 모습이 너무나 한심해서 당시 필자는 이회창 후보 특보를 지낸 박진 의원에게 “의원숫자 늘리기에 급급하다가는 더 큰 것을 잃을 수도 있다”고 친구로서 충고한 바 있다.

    물론 당내 소장파 의원들도 ‘당의 이미지 추락’을 우려하며, ‘철새의원’들의 입당을 반대했으나 역부족이었다.

    결과는 이회창 후보의 대선 패배로 나타났다. 한나라당은 덧셈정치를 하다가 완전히 밑지는 장사를 한 꼴이 되고 만 것이다.

    지금 각종 여론조사에서 원내 제 1당인 한나라당을 따돌리고 지지율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열린우리당은 이와 반대로 뺄셈정치를 통해 득을 보고 있는 실정이다.

    기득권에 집착하고 있는 일부 호남중진 의원들의 반발을 끌어안지 않고 과감하게 분당을 결행한 것도 일종의 뺄셈정치다.

    만일 이들 모두를 끌어안는 덧셈정치를 했다면 우리당은 결코 지지율에서 한나라당을 앞설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또 다시 덧셈정치를 시도하고 있다.

    실제로 양당은 불법 대선자금 및 노무현 대통령 관련 비리의혹에 대한 청문회를 공동 추진할 것이라는 소식이다.

    이는 면책특권 뒤에서 숨어 의혹과 설을 제기하는 낡은 정치를 재연하겠다는 것으로 ‘정쟁청문회’를 원치 않는 국민들의 시선이 고울리 만무하다.

    물론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표결을 강행할 경우, 수적 열세에 있는 우리당으로서는 그 표결을 물리적으로 막을 힘이 없다.

    사실 법사위는 한나라당 8명, 민주당 4명, 열린우리당 2명, 자민련 1명으로 구성돼 있어 청문회 개최 여부가 표결처리될 경우 개최 가능성이 높다.

    그것을 믿고 양당이 덧셈정치를 시도한다면 국민이 이를 용인하지 않을 것이다.

    국민은 힘이 있다.

    원치 않는 덧셈정치로 정치개혁을 가로막는 정당이라면 국민들은 그 정당이 어느 정당이든 유권자의 주권행사를 통해 가혹한 심판을 할 것이라는 말이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힘을 합치는 덧셈정치야말로 잘못된 계산아래 진행되는 잘못된 정치인 것이다.

    지금은 뺄셈정치를 할 때다.

    부정·부패 연루자, 과거 군사정권의 수혜자, 지역주의 조장 발언 경력자, 기득권을 고수하기 위해 정치개혁을 반대했던 자, 정경유착을 획책했던 자 등등을 제외하는 뺄셈정치를 해야 한다는 말이다.

    하물며 정통성을 주장하는 민주당이 ‘차떼기’ 정당과 덧셈을 하다니 이게 어디 말이나 될법한 일인가.

    분명히 말하거니와 개혁정치는 덧셈정치가 아니라 뺄셈정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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