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실명제

    고하승 칼럼 / 시민일보 / 2004-02-22 19:3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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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국장 고 하 승
    {ILINK:1} 지난 9일 국회 정개특위는 상위 50개 인터넷 언론사에 선거관련 글을 게시할 때 본인 여부와 실명확인 절차를 의무적으로 거치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된 선거법 개정안에 합의했다.

    처음 몇몇 무지한 국회의원들이 실명제를 운운할 때만 해도 필자는 그냥 ‘한번 웃자고 하는 소리’인줄로만 알았다.

    왜냐하면 적어도 국회의원들 가운데 상당수는 실명제가 인터넷 산업 발전과 참여민주주의의 활성화를 가로막는 비현실적인 방안이라는 점을 알고 있을 것이라 믿었기 때문이다.

    대다수의 국민도 실명제는 인터넷이 뭔지도 모르는 ‘정신나간 사람의 이야기’정도로만 치부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한마디로 국회의원들은 모두가 무식했다.

    그들은 인터넷 실명제가 가져올 폐해 따위는 아예 안중에도 없었다.

    사실 실명제는 과거 군사정권시절에 행해진 기사 사전검열제와 조금도 다를 바 없다.

    이런 실명제 도입에 정치권이 합의했다는 것은 사실상 네티즌들의 입에 재갈을 물려, 기성정치인들의 기득권을 유지해 보겠다는 더러운 거래에 불과할 뿐이다.

    실명제 도입은 국민들을 여러 가지 사회적 법률적 제약으로 묶어서 자신들의 기득권을 천년만년 즐기려는 극악한 본성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는 말이다.

    말이야 바른 말이지 근거 없는 폭로를 일삼으면서 면책특권으로 비켜나가는 국회의원들이야말로 허위사실유포의 주범이자 흑색선전의 주범 아닌가.

    그런 자들이 감히 네티즌의 순수한 정치참여 열정을 ‘흑색선전’으로 매도하면서, 인터넷실명제 도입을 운운하고 있으니 참으로 기가 막힐 노릇 아니겠는가.

    실명제를 도입할 경우 18살 미만은 물론, 재외국민, 주민등록 말소자 등의 실명확인이 불가능해 이들 계층의 인터넷을 통한 정치참여 기회를 완전히 박탈하게 된다.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위헌의 소지가 다분하다는 말이다.
    사실 일일이 실명을 확인해 가면서 게시판에 글을 올린다는 것은 한마디로 숨통이 막히는 일이다.

    만일 주민등록증을 반드시 까야만(?) 게시판에 댓글을 쓸 수 있는 나라, 웹사이트에 익명으로 글을 올릴 수조차 없는 나라라는 사실이 전 세계에 알려진다면 우리나라는 얼마나 웃음거리가 되겠는가.

    얼마전 중국은 인터넷 검열문제를 언급했다가 해외토픽감으로 전 세계민의 조롱거리가 된 일이 있다.

    그런데 우리가 그 뒤를 잇고 있으니 참으로 한심하다.

    세계의 웃음거리가 되지 않으려면, 국회의원들은 네티즌의 입에 재갈을 물리는 ‘고육지책(苦肉之策)’을 생각하기에 앞서 인터넷 순기능을 장려하고 건전한 이용문화를 확산시키며 자율규제를 유도하는 방식으로 접근해야만 한다.

    분명히 말하거니와 인터넷선거는 지난 16대 대선과 마찬가지로 앞으로도 돈 안 드는 선거와 깨끗한 정치풍토를 조성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것이다.

    따라서 인터넷 정치참여문화를 억압하는 국회의원들은 모두가 반 개혁인물로 낙천운동대상에 포함시키는 것이 마땅하다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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