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도시서 만난 두 남녀 고독과 외로움 달래는데…

    문화 / 시민일보 / 2004-02-23 19:4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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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제의 영화 - 사랑도 통역이…
    “나만의 여유… 산토리 타임!”
    한물 간 할리우드 스타 밥 해리스(빌 머레이)가 도쿄(東京)를 찾은 것은 표면적으로 위스키 광고 출연 때문이다.

    200만 달러도 받고 광고도 찍고 아내와 아이로부터 벗어날 겸…

    하지만 뭔가 답답한 느낌이다.

    가장 큰 문제는 언어 소통. 촬영장에서는 감독의 지시를 도무지 알아들을 수가 없고 누군가가 보냈다며 호텔 방을 찾은 낯선 일본 여자는 ‘스타킹을 찢어달라’는 식으로 당황스럽게 한다.

    제일 인기 있다는 토크쇼에 출연해도 진행자는 원치 않는 행동을 강요하며 자신을 우스꽝스럽게 만들뿐이다.

    이질적이고 낯선 문화 속에서 외로움을 느끼는 밥. 사실 이 외로움은 이전에 없던 새로운 것은 아니다.

    자신보다는 자식들이 우선이고 그보다는 새로 살 카펫 색깔이 머릿속에 가득 차 있는 듯한 부인.

    결혼 25년차인 그는 ‘중년의 위기’에 빠져있다.

    지난 20일 개봉한 영화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원제 Lost in Translation)는 언뜻 로맨틱 코미디 영화로 들리는 한글 제목과는 달리 원제 그대로 의사소통의 단절을 담고 있다. 같은 언어를 쓰더라도 좀처럼 남들과 말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은 현대인들이라면 누구나 공유하고 있는 경험.

    고독과 단절의 밑바닥까지 보여주던 감독은 고맙게도 그 틈에서 소통의 희망을 제시하고 있다.

    사람들의 바다에 섬처럼 단절돼 있던 밥. 그가 소통을 시도하는 여자는 이제 막 결혼한 젊은 여자 샬롯(스칼렛 요한슨)이다.

    사진작가인 남편을 따라 일본으로 건너왔지만 정작 자신은 무슨 일을 할 지 결정을 못했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과 생소한 문화에 대한 부적응, 그리고 남편의 무관심으로 외롭기는 그녀도 마찬가지.

    공허함이 가득찬 어느 밤 두 사람은 호텔 바에서 마주치고 이방인들이 가득 찬 일본 땅에서 조심스럽게 교감을 시작한다.
    골든 글러브, 베니스, 시애틀, 토론토 등 가는 영화제마다 찬사를 받았으며 아카데미에서도 작품상, 남우주연상, 감독상, 각본상 등 4개 부문에서 후보로 올라있는 등 영화가 해외에서 평론가들의 열광적인 흥분을 이끌어 낸 것은 신예 소피아 코폴라의 연출력과 빌 머레이의 열연에 있는 듯하다.

    소피아 코폴라는 두번째 연출작에서 냉소로 관객들의 마음을 날카롭게 파고드는 섬세한 연출력을 보여줬으며 ‘킹핀’이나 ‘미녀 삼총사’ 등 코미디영화에 주로 출연하던 빌 머레이는 영화가 끝난 뒤에도 관객들의 가슴에 남을 만한 고독한 표정을 연기해 낸다.

    상영시간 102분. 15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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