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나저러나 ‘도둑국회’

    고하승 칼럼 / 시민일보 / 2004-03-03 20:2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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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국장 고 하 승
    {ILINK:1}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결국 한통속이었다.
    2일 밤 국회에서 ‘한·민 공조’로 인해 선거법 개정안 처리가 끝내 무산된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민주당 유용태 원내대표가 소속의원들의 동의를 얻어 전북 지역 선거구 획정안 변경을 골자로한 수정안을 기습적으로 발의했고, 한나라당 홍사덕 총무가 소속 의원들에게 협조를 요청해 열린우리당이 갑작스레 뒤통수를 얻어맞는 형국이 되고 말았다.

    사실 정개특위에서 논의할때까지만 해도 획정안에 대해 전혀 이의 제기가 없었다고 한다. 그러다가 갑자기 본회의에서 수정안을 발의한 것은 원내 다수라는 ‘한·민 공조’의 힘으로 전북지역에서 민주당에게 유리한 선거구도를 만들기 위한 악의적인 의도가 담겨있음이 분명하다.

    한나라당 홍사덕 총무가 선거법 처리 무산 직후 곧바로 “정치개혁 특위의 합의안을 존중하지 못한데 대해 사과한다”고 밝힌 것도 자신들의 잘못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정말 홍 총무가 이런 사실을 몰랐을까?

    만일 열린우리당 정세균 의원과 이강래 의원이 맞붙게 되는 구도로 선거구를 획정하는 수정안에 대해 우리당측이 강하게 반발하리라는 것을 사전에 인식하지 못했다면 그는 원내 1당의 총무 자격이 없는 사람이다. 필자가 알고 있는 홍 총무는 정치 감각이 매우 뛰어난 사람이다.

    이런 상황조차 인식하지 못할 만큼 어리석은 사람이 결코 아니라는 말이다.

    따라서 그의 해명은 한낱 변명에 불과할 뿐이다.

    그렇다면 참으로 이상하다. 임시국회내 정치관계법 처리가 무산될 것을 뻔히 알면서도 이를 시도했다는 말인데 그 이유가 무엇일까?

    알고보면 그 이유라는 것도 별거 아니다. 도둑이 도둑질 하는 데 무슨 거창한 이유가 있겠는가.

    필자가 판단하기에는 이렇다. 도둑이 도망갈 곳이 어디겠는가. 국회뿐이다.

    검찰의 정치권 사정이 수사 막판국면에서 한나라당과 민주당 의원들을 옥죄고 있고, 이를 피하자면 ‘방탄국회’가 필요했을 것이다.

    그래서 국민의 눈속임을 위해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서로 음모를 꾸미고 임시국회, 즉 방탄국회가 불가피한 상황을 `연출’했다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하지만 우리 국민은 ‘한·민 공조’의 연출의도를 인식하지 못할 만큼 그렇게 어리석지 않다.

    오히려 이번 기회를 통해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한통속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으니 4.15 총선에서 우리가 누구를 선택해야 할지는 보다 분명해졌다.

    그토록 당당하게 주장하던 민주당의 정체성이라는 것이 ‘정통야당’이 아니라 결국 ‘한나라당 닮은꼴’이었다니, 필자는 민주당에 대한 배신감을 지우기 어렵다.

    자신들에게 유리한 쪽으로 선거법이 결판나도 좋고, 안되어도 ‘방탄국회’를 열어 수사선상에 오른 국회의원들을 피신시켜 줄 수 있으니 그만이라고 생각했다면, 당신들은 이러나저러나 한낱 도둑에 지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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