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백과 사오정’이라니

    고하승 칼럼 / 시민일보 / 2004-03-18 21: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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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국장 고 하 승
    {ILINK:1} 한나라당 홍사덕 의원은 참으로 국민 알기를 우습게 아는 사람인가 보다.

    촛불시위에 참가한 사람을 ‘이태백(20대 태반이 백수, 즉 청년실업자)’이라거나 ‘사오정(45세 정년, 즉 명예퇴직 실업자)’으로 비하하고 있으니 말이다.

    이는 탄핵 반대 촛불시위에 참가한 사람들 대부분이 실업자들로서 직장을 잡지 못한 분풀이를 하고 있다는 의미가 아니겠는가.

    실제로 홍 의원은 “요즘 촛불시위에 나오는 젊은이와 30~40대들이 모두가 단단한 직장이 있다고 믿지는 않는다”는 말을 했다.

    심지어 “이력서를 100번, 200번 보내고도 직장을 얻지 못하는 사람들이 모든 게 내 탓이라고 말하고 촛불시위에 참여하는 자세에 동의할 수 없다”는 말까지 서슴지 않았다.

    하긴 이런 정도의 안이한 현실 인식을 가졌기 때문에 국민 정대다수의 반대여론에도 불구하고 ‘탄핵소추안’을 국회에서 통과시켰을 것이다. 하지만 결과는 어떠한가.

    조금 심하게 말하자면 탄핵소추를 주도한 민주당은 아예 눈에도 띄지 않는다.

    어떤 언론사 여론조사에서는 민주노당 지지율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날 만큼 초라해졌다.

    그렇다면 그들과 손을 잡은 한나라당은 어떠한가.

    다른 곳은 어떤지 몰라도 수도권 지역 출마자들은 지금 죽을 맛이라고 한다.

    한나라당 명함만 내밀어도 유권자들은 콧방귀를 뀌며 돌아서 버린다는 것이다.

    오죽하면 선거운동원들조차 “차라리 사무실에 가만 앉아 있는 편이 낫다”고 하소연하겠는가.

    그렇다면 당신들이 만나는 유권자들은 모두가 실업자들인가?

    탄핵안이 국회에서 가결되던 당일 날 우리 신문사 기자들 가운데 상당수가 촛불 시위에 참여했다고 들었다.

    물론 기자로서가 아니라 당당한 서울시민으로서 말이다. 그렇다면 그들이 실업자인가? 심지어 어느 기자는 고등학교에 다니는 아들을 데리고 함께 시위에 참여했다고 한다.

    그 기자는 “민주주의의 현장 교육을 위해서 아들을 데리고 나갔다”고 말했다.

    이것이 민심이다.

    그리고 말이야 바른 말이지 가뜩이나 청년 실업난이 심각한 마당에 대통령을 탄핵, 국가신용도를 떨어뜨려 더욱 경제를 어렵게 만든 게 누구인가.

    홍 의원은 이에 대한 이 책임 당사자 아닌가.

    필자는 개인적으로 홍 의원에게 관심이 많았다. 그가 비록 ‘차떼기’정당에 몸을 담고 있으나, 그들과는 본질적으로 다른 사람이라고 여겨왔기 때문이다. 홍 의원도 우리 신문에 그동안 각별한 관심을 기울여 주지 않았던가.

    하지만 이게 뭔가. 그토록 믿었던 홍 의원이 어떻게 국민을 ‘이태백’이니 ‘사오정’이니 하면서 비하할 수 있단 말인가.

    이 글로 인해 홍 의원이 앞으로 우리 신문을 외면한다고 해도 어쩔 수 없다.

    홍 의원은 이글을 또 어떻게 곡해할지 모르나 필자는 아무런 사심 없이 당신을 아끼는 마음에서 쓴 글이니만큼, 부디 ‘채찍’으로 알고 국민 앞에 사과해 주기를 간곡히 바라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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