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티즌의 힘과 개혁

    고하승 칼럼 / 시민일보 / 2004-03-25 21: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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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국장 고 하 승
    {ILINK:1} 선거법은 네티즌의 입을 봉쇄하는 것도 모자라 이제는 그들의 눈마저 가리려고 아우성이다.

    실제로 최근 국회에서 통과된 선거법 개정안에는 인터넷실명제라는 기가 막힐 조항이 들어있다.

    인터넷의 악성 게시물을 없앰으로써 건전한 인터넷 문화를 정착시킨다는 허울 좋은 명분을 내걸었으나, 사실상 네티즌의 입을 봉쇄하려는 의도가 분명해 보인다.

    그것으로는 양이 차지 않는지 이제 선관위는 네티즌들이 선거 관련 기사를 각종 사이트에 게재하는 이른바 ‘퍼나르기’마저 제재하려 들고 있다.

    이에 대한 선관위의 입장은 참으로 ‘아리송’하다.

    “언론기사는 문제가 없다. 각 당이 자신의 홈페이지에 홍보를 위해 이 글을 올리는 것은 가능하다. 그러나 일반 네티즌이 반복적으로 특정정당과 후보자에 대해 유·불리한 내용을 퍼나르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기자나 홈페이지 관리자가 올리는 것은 문제가 없지만, 일반인이 공식선거운동 전에 반복적으로 기사를 퍼나르는 것은 불법이라는 말 아닌가.

    세상천지에 ‘누구는 되고 또 누구는 안된다’는, 이처럼 불공정한 잣대가 또 있을까 싶다.

    언론기관이나 일반 네티즌이나 정치적 표현의 권리는 같은 것이다. 그런데도 일반 네티즌의 정치적 의사 표현을 사전 선거운동이라고 규정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에 대한 침해가 아니겠는가.

    더욱 가관인 것은 실명제 실시나 ‘퍼나르기’ 금지를 통해 네티즌의 입을 봉쇄하는 것도 모자라 아예 네티즌의 눈마저 가리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경찰은 지난 23일 한나라당과 민주당을 비난하는 내용의 정치 패러디물을 인터넷 사이트에 게재한 한 대학생을 긴급 체포했다고 한다.

    이 때 경찰이 적용한 법 조항은 선거법 250조 2항의 ‘허위사실공표죄’다.

    허위사실 공표죄란 특정인을 당선되지 못하게 할 목적으로 방송·통신 등으로 그 후보에게 불리한 허위 사실을 공표한 혐의가 있는 피의자에게 적용되는 것이다. 얼마나 어이없는 노릇인가.

    사진 합성을 이용한 정치 패러디물은 이미 지난 대선 이후 꾸준히 증가, 이제는 표현의 한 형태로 당당하게 자리 잡고 있는 마당이다. 패러디물은 그 특성상 신문에 게재되는 만평처럼 당연히 풍자적일 수밖에 없다.

    풍자라고 하는 것은 ‘개인·사회·정치 등의 악덕·모순·부조리·허세 등을 비판적 또는 조소적으로 빈정대는 표현 기법’이다. 따라서 다소 과장된 표현은 기본이자 상식이다.

    그런데 이를 문제삼는다는 것은 네티즌의 눈을 가리는 것으로 필자는 단연코 반대다.

    인터넷은 자유로운 공간이다. 이 공간에서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실명제를 논하거나 ‘퍼나르기’를 금지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 더구나 풍자의 자유조차 허용하지 않는다면 이를 어찌 개혁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네티즌의 힘을 꺾는다는 것은 곧 부패로의 회귀다. 네티즌에 힘이 실릴 때에 비로소 개혁은 완성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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