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지사는 자숙하라

    고하승 칼럼 / 시민일보 / 2004-04-05 21:3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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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국장 고 하 승
    {ILINK:1} 4.15 총선의 최대 승부처는 당연히 인구수가 많은 수도권 지역이다.

    특히 경기도는 16개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가장 많은 선거구를 가지고 있는 만큼 각 정당이 이 지역에 유달리 공을 들이는 것도 결코 무리는 아닐 것이다.

    실제로 경기도는 48개 선거구인 서울보다도 1개 선거구가 더 많은 49개 선거구를 관내에 가지고 있다.

    손학규 경기도지사의 주가가 상승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손 지사는 지난 4일 의왕시 성나자로 요양원에 안상수 한나라당 후보와 함께 참석, ‘육영수 여사가 지어준 집 앞에서 따뜻한 햇살을 받고 계시니 얼마나 행복하세요’라며 ‘잠시 후 박근혜 대표께서 오십니다’라고 인사말을 했다고 한다.

    그런데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은 손 지사의 선거개입 사례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손 지사가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의 경기도 지원유세장에 3차례나 참석했다는 것이다.

    이 즈음에 ‘탄핵 역풍’을 맞아 10%대로 떨어졌던 한나라당 지지율이 ‘차떼기 사태’ 전의 20%대로 뛰어올랐다는 소식이 들린다.

    20%대 중반인 한나라당 지지율이라면 ‘차떼기’ 논란이 벌어지기 전인 지난해 9~10월의 지지율과 비슷한 수준이다. 특히 수도권지역에서 한나라당은 지난달 25일 조사에서 16.7%에 그쳤던 지지율이 25.6%로 8.9%포인트나 상승했다고 한다.

    어쩌면 한나라당의 이런 지지율 상승은 다분히 손 지사의 눈물겨운 노력(?) 덕분인지도 모르겠다.하지만 과연 그래서야 쓰겠는가.

    물론 손 지사는 “당 대표가 경기도 관내에 왔으니 인사드리러 갔을 뿐”이라며 “한나라당지지 발언은 하지 않았다”고 해명하고 있으나, 필자가 판단하기에는 그 정도가 너무 지나쳤다.

    도지사라는 자리가 당 대표 찾아 인사나 하러 다닐 만큼 그렇게 할일이 없는 자리는 아닌 까닭이다.

    손 지사의 이런 행동은 필자가 생각하기에 분명히 ‘공무원의 중립의무’ 위반이다.

    그런데 도 선관위의 태도는 너무나 어정쩡하다. 기껏 한다는 것이 ‘공무원중립의무 준수 협조 요청’이라니 이게 어디 말이나 될법한 일인가.

    공무원노조는 민노당 지지선언을 했다가 공무원중립의무 위반이라는 죄명으로 구속까지 당하는 마당에 ‘협조요청’은 너무 약한 것 아닌가.

    노무현 대통령이 어째서 탄핵을 당했는가. 노 대통령은 기자의 질문에 “합법적인 방법을 다 동원해서 열린우리당을 도와주고 싶다”면서 “열린우리당이 많은 의석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개인적 소회를 피력한 탓에 탄핵을 당했다.

    아주 소극적으로 자신의 희망을 밝혔다는 이유만으로 탄핵을 당했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적극적으로 나서서 박 대표를 소개한 손 지사는 어찌해야 하는가. 노골적으로 정당을 지지하지 않았기 때문에 큰 죄가 되지 않는다면 그 잣대는 공평하지 못하다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도 선관위는 노 대통령이나 공무원노조에게 적용한 잣대를 그대로 적용하는 공정함을 보여야 할 것이며, 손 지사는 자중·자숙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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