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주의 망령의 부활

    고하승 칼럼 / 시민일보 / 2004-04-13 20: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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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국장 고 하 승
    {ILINK:1} ‘3김 정치’ 종식 후 사실상 처음 치러지는 이번 총선에서 과연 한국정치의 주된 병폐로 지목되던 지역주의 망령이 사라질 것인가.

    사실 필자는 그렇게 되리라 예견했었다. 유권자 의식이 예전보다 많이 높아졌으며, 정치를 보는 안목도 매우 성숙했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실제로 총선돌입 이전에는 야3당 공조아래 진행된 노무현 대통령 탄핵과 관련, ‘탄핵찬성’대 ‘탄핵반대’의 대결구도가 형성되면서 전통적인 지역 할거주의는 현저히 약화되는 조짐을 보이기도 했었다.

    하지만 4.15 총선 막바지에 이르러 곳곳에서 지역주의가 다시 기승을 부리는 등 조짐이 별로 좋지 않다.

    겉으로는 ‘지역당 탈피’, ‘지역할거구도 타파’를 목청껏 외치지만 각 당은 오히려 선거전략의 일환으로 지역주의를 한껏 부추기고 있다.

    실제로 전문가들은 여론조사 기관들의 판세조사 등을 토대로 과거 총선에서 되풀이되어 왔던 `동서(東西) 분할구도’가 재연될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며 격정어린 심정을 토로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박정희 향수’를 자극하며 은근히 T·K지역주의를 부추기는가 하면, 민주당 추미애 선대위원장은 아예 노골적으로 호남지역주의를 부추기고 있다.

    지역주의 타파를 주장하며, 전국 정당을 꿈꾸는 열린우리당도 이들 정당과 크게 다를 바 없다.

    실제로 정동영 당의장은 의장선거 과정에서 ‘전북중심의 당’이라는 지역주의조장 발언으로 빈축을 산 일이 있다.

    각 당 지도부가 앞다퉈 지역주의를 부추기고 있는 이런 상황에서는 정강정책의 차별화와 국민 대통합을 부르짖는 목소리도 맥을 출 수가 없다.

    사실 그동안 우리는 정치인들에 의해 만들어진 지역분열로 인해 얼마나 많은 상처를 받아왔는가.

    만일 ‘3김 정치’ 종식이라는 전혀 새로운 정치지형에서 치러지는 이번 총선에서마저 우리가 지역주의를 극복하지 못한다면 한국정당의 `지역 정당’ 이미지는 상당기간 탈색하기 어려울 것이다. 물론 그 여파는 차기 대선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그로 인해 지역은 또 다시 갈갈이 찢어질 것이고 국론은 심각한 분열 양상을 초래하게 될 것이다.

    그 후유증이 얼마나 심각했었는지는 우리 유권자들 스스로가 너무나 잘 알고 있지 않는가.

    이제는 그런 과오를 되풀이 해서는 안된다. 유권자가 깨어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어찌하겠는가.

    이래도 ‘지역주의 망령’에 기대어 표를 구걸하는 정신 못 차린 후보와 정당에게 “우리가 남이가”라며 ‘묻지마’ 투표를 강행할 것인가.

    그것은 우리의 귀중한 주권을 쓰레기통에 처박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이번 선거를 통해 주권자인 국민을 외면해 온 낡고 부패한 정치세력과 후보자들이 더 이상 용인될 수 없음을 분명히 보여줄 필요가 있다.

    유권자들이 지역주의를 획책하는 망국적 정치풍토를 또 다시 용인한다면 정치는 결코 변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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