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몰락이 남긴 것

    고하승 칼럼 / 시민일보 / 2004-04-19 19:4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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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국장 고 하 승
    {ILINK:1} 참으로 궁금한 것이 있다.

    탄핵의 그날 DJ의 침묵은 무엇이었을까.

    당시 수십여명의 네티즌들이 동교동 사저까지 찾아가서 “탄핵을 말려 달라”고 간청했으나 그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만일 그 때 DJ가 민주당 의원들에게 탄핵반대표 던지기를 권유했다면 적어도 탄핵안은 가결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DJ는 민주당 편이었을까?

    사실 필자는 민주당에서 탄핵을 추진한다는 소리를 듣고 깜짝 놀라서 민주당 의원들을 만나 이렇게 설득했다.

    “탄핵을 하면, 민주당은 총선 이후 공중분해 되고 만다.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양강구도 속에서 민주당은 어쩌면 원내 교섭단체도 이루기 어려울 것이다.”

    물론 필자의 말을 듣고 사태의 심각성을 이해한 국회의원은 별로 없었다. 하지만 필자의 예측은 정확하지 않았는가. 그렇다면 필자도 예측 가능한 이런 일을 소위 ‘정치 9단’이라는 DJ가 예측하지 못했을 리 없다.

    그렇다면 DJ는 민주당이 공중분해 되기만을 내심 바랐다는 말인가.

    그가 탄핵반대를 권유하지 않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민주당이 몰락의 길을 걷게 됐으나 사실 의도했던 바는 아닐 것이다.

    문제의 원인은 전적으로 민주당에 있다.

    우선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사감(私憾)으로 그를 ‘왕따’시키기 위해 탄핵을 주도한 것이 잘못이었다.

    정치에 사적인 감정을 드러내는 것은 옳지 못하다. 또 잘못을 발견했으면, 즉시 시정해야 한다.

    필자는 만에 하나 민주당이 탄핵 가결에 대한 잘못을 깨닫고 탄핵정국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사람, 즉 설훈 의원이나 정범구 의원 같은 사람을 대표나 선대위원장에 앉히고 ‘탄핵철회’를 공약으로 내걸었다면 결코 이렇게까지 무참하게 깨어지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런데 ‘탄핵 사유를 책으로 엮어낼 만큼 많다’고 주장해 스스로 탄핵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을 선택한 추미애 의원을 선대위원장으로 앉혀 놓다보니 민주당 지지율 하락의 근본 원인인 ‘탄핵철회’를 주장할 수 없었던 것이다.

    사실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상황에서 민주당이 선택할 길은 없다.

    그러다 보니 추미애 의원의 호남지역 ‘3보1배’와 같은 지역주의에 기대는 어리석음을 저지르게 되었고, 결국 오늘날과 같은 ‘민주당 몰락’이라는 비운을 맞게 된 것이다.

    왜 필자가 이토록 장황하게 민주당 몰락의 길을 되짚어 보는가.

    물론 살아남은 다른 정당에도 교훈을 주고자 함이다.

    이번 17대 국회는 사적인 감정에 의해 좌우되기보다는 상생의 정치 바탕위에서 각 당이 선의의 경쟁을 해 주기 바란다.

    또 잘못을 발견했을 때는 즉시 이를 시정하는 용기도 필요하다.

    특히 진보정당 사상 최초로 민주노당이 원내에 진입한 만큼 이들을 ‘왕따’ 시키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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