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와 가짜

    고하승 칼럼 / 시민일보 / 2004-04-21 20: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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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국장 고 하 승
    {ILINK:1} 4.15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이 서울 48개 지역 가운데 무려 35개 선거구를 휩쓸었다. 이 정도면 가히 ‘태풍’이라고 할만하다.

    그런데 영등포갑구에서는 한나라당 고진화 후보가 열린우리당의 중진급인 김명섭 의원은 물론, 한 때 서울시장 후보로 잘나가던 민주당 김민석 전 의원마저 누르고 승리하는 기염을 토해냈다.

    고 당선자는 시민단체 ‘물갈이 연대’가 선정한 당선운동대상자였다.

    그러니 총선연대가 선정한 낙선-낙천대상자인 여타의 후보를 누르고 승리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일는지 모른다.

    그런데 같은 서울에서 고 당선자와 동시에 물갈이 연대의 당선운동대상자로 선정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변변히 언론의 주목조차 받지 못한 인물이 있다.

    화려하게 언론의 주목을 받은 고 후보는 당선을 했는데 그는 왜 언론으로부터 주목을 받지 못한 채 낙선하고 만 것일까.

    물론 ‘정당 지지율 하락’때문이라고 변명할 수도 있겠으나, 딱히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왜냐하면 그는 구청장 출신으로서 오히려 영등포갑구의 고진화 당선자보다 인지도면에서 월등히 앞서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그는 낙선했다.

    필자는 그 이유를 이렇게 생각한다.

    한마디로 고 후보는 ‘진짜’고 그는 ‘가짜’이기 때문일 것이다.

    어쩌면 그는 필자가 생각하는 것처럼 가짜가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그는 분명히 구청장 시절 가짜 의혹을 살만한 행위를 해 왔다.

    심지어 그는 구청장 시절 ‘사이비지방지’와 결탁했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이 같은 사실이 각 언론사 정치부 기자들 사이에 널리 알려지면서, 결국 그는 물갈이연대의 당선운동대상자로 선정됐음에도 불구하고 철저하게 모든 언론으로부터 외면을 받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물론 우리 시민일보 역시 그 진상을 알고 있었기에 그를 외면했다.

    그런데도 그의 측근들은 이 같은 사실을 모르고 각 언론사에 좋은(?)기사를 부탁했다고 한다.

    물론 우리 시민일보 정치부 기자에게도 같은 부탁해 왔다.

    허나 그런 사실을 알고서도 홍보성 기사를 써 준다면 그것은 이미 기자가 아니다.

    그래서 시민일보를 비롯, 각 언론사 정치부 기자들이 모두 그를 철저하게 외면한 것이다.

    오죽하면 정치부 기자들 사이에서 그가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믿을 수 없다는 소리까지 들렸겠는가.

    아무튼 그는 이번 총선을 통해 ‘사이비지방지와의 결탁’ 대가를 톡톡히 치른 셈이다.

    이미 유권자들은 무엇이 진짜이고 무엇이 가짜인지를 판별할 수 있을 만큼 성숙해졌다.

    그의 패배는 이런 사실을 미처 인지하지 못한데서 비롯됐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그러나 그의 행정가로서의 면모는 필자도 인정하는 바다.

    따라서 이번 일을 거울 삼아 그가 좀더 진솔한 방법으로 유권자들에게 다가서는 모습을 보여주기를 기대하는 바다.

    사이비지방지와 결탁하지만 않았더라도 그는 지금쯤 ‘당선자’라는 호칭을 받았을 수도 있었을 것이란 점에서 참으로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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