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인촌씨의 아름다운 사퇴

    고하승 칼럼 / 시민일보 / 2004-04-22 20: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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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국장 고 하 승
    {ILINK:1} 서울시가 서울문화재단 초대 대표이사로 유인촌씨를 선정한 것과 관련, 문화계에서는 비난 여론이 비등하다.

    서울시가 원칙과 절차를 무시한 채 이명박 시장과 친분이 두터운 중앙대 연극학과 교수인 유인촌씨를 선임한 것은 ‘정실인사’라는 것이다.

    실제로 서울문화재단의 이사회는 지난 1월20일 재단 대표이사 공개모집에 지원서를 낸 4명을 배제하고 지원서조차 내지 않은 유씨를 대표이사로 선임하고 말았다.

    따라서 문화계가 제기하고 있는 ‘정실인사’ 의혹은 상당히 신빙성이 있어 보인다.

    그런데 이에 대해 서울시는 한마디로 “문제될 것 없다”며 강경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유씨의 대표선임은 당시 시민들의 추천을 받은 8명과 서울시의 문화국장, 경영기획실장 등 10명으로 구성된 이사회에서 결정한 것이고, 서울시는 그 결정을 따랐을 뿐인데 그게 무슨 죄냐는 것이다.

    시 관계자의 말을 듣고 보면 또 그것도 그럴듯해 보인다.

    그렇다면 어찌해야 하는가.

    필자가 판단할 때에는 서울시와 문화계의 충돌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유인촌씨 스스로 물러나는 것이 마땅하다.

    한나라당의 비례대표직을 마다한 것처럼 문화재단 대표직을 마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말이다.

    지금 문화계는 문화연대, 문화사회연구소, 미술인회의, 민주노동당, 서울프린지네트워크, 우리만화연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 한국독립영화협회, 서울민예총, 민족건축인협회, 민족굿위원회, 한국민족극운동협회, 민족문학작가회의, 민족미술인협회, 민족사진작가협회, 한국민족음악인협회, 민예총영화위원회, 민족춤위원회, 민족서예인협회 등 20개 단체가 ‘서울문화재단의정상적인출범을위한비상대책위원회’라는 긴 명칭 아래 서울시의 ‘정실인사’를 비난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들은 서울시가 지금이라도 재단 설립절차의 과오를 인정하고 새롭게 설립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을 경우, 시민사회의 거센 비판과 역풍에 시달릴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기도 한다.

    더구나 비대위는 “우리는 당당히 ‘서울시’가 ‘서울시의 필요에 따라’, ‘서울시 마음대로’ 설립한 현재의 서울문화재단이 무효임을 선언한다”며 물러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어쩌면 서울시로서는 비대위의 주장에 억울한 측면도 있을 것이다.

    오죽하면 서울시 문화과 담당자가 “공식적으로 문제 제기하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겠는가.

    하지만 서울시가 재단 대표이사 선정을 하면서 의혹을 받을만한 일을 했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래서 모든 행정과정은 투명해야 하는 것이다.

    어쨌거나 유 대표가 대표직을 맡는 한 이 같은 논란이 끊이지 않을 것이다. 무려 3000억원이라는 어마어마한 예산이 투입되는 서울문화재단이 이런 논란에 휘말려 제 갈 길을 찾지 못한다면 그것은 결국 서울시민들의 손해다.

    따라서 누가 잘했다 못했다를 논하기 이전에 유 대표 스스로 사퇴하는 것이 합당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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