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끼는 당선자·낙선자에게

    고하승 칼럼 / 시민일보 / 2004-04-27 19:4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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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 하 승 편집국장
    {ILINK:1} 어제 4.15총선에서 낙선한 김두수 후배로부터 한통의 메일이 날아왔다.

    “선거가 끝나고 이제야 인사를 드린다”는 짤막한 인사말이었다.

    이번 총선에서 필자가 가장 안타깝게 생각하는 것이 있다면 아마도 그와 허인회 후배가 낙선했다는 소식이었을 것이다.

    사실 그들은 필자가 아끼는 여러 후배들 가운데 하나다.

    서대문의 우상호 후배와 종로의 박진 의원도 필자가 특별히 아끼는 합리적인 친구이지만 그들은 모두 당선됐으니, 이제 걱정이 없지 않은가.

    그러나 김과 허는 다시 4년을 기다려야 한다.

    그들은 모두 개혁적인 인물로 당선만 됐다면, 국회개혁을 주도할만한 인물로 충분히 성장가능한 인재들이라는 점에서 무척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이게 끝은 아니다. 이제 시작이다.

    김은 그동안 고향, 남해를 다녀왔다고 했다.

    두 아들의 안타까운 소식(넷째 형 김두관씨도 낙선)에 마음 아파하시는 팔순 어머님도 뵙고, 마침 집에 와있던 둘째, 셋째 형님도 만났다고 했다.

    그리고는 그날 가족 전체가 슬픔을 함께 나누었다고 한다.

    그는 패인에 대해 여러 가지 분석이 있을 수 있지만, 후보자인 자신의 잘못이 너무나 컸다고 토로했다.

    다시는 반복해서는 안 되는 실수들이 많았다는 것이다.

    그리고는 치열한 자기반성을 했노라고 토로했다. 가슴을 치고, 머리를 쥐어뜯어야 하는 오류들이 이제야 보이기 시작했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공교롭게 이날 허로부터도 퇴근길에 전화를 받게 됐다.

    “선배님 죄송합니다”는 말로 시작한 그의 전화는 필자의 코끝을 ‘찡’하게 만들었다.

    그러면서 가슴 한켠이 몹시도 아렸다.

    아마도 이 땅의 민주화를 위해 온몸을 던져온 그에게 우리 사회가 여전히 보상해 주지 못하고 있다는 자책감 때문일 것이다.

    그는 “솔직히 큰 충격을 받았다”면서 지난 4년간의 노력이 성과를 거두지 못한 원인을 찾으며 밤을 지새웠노라고 고백했다.

    하지만 그는 “한알의 밀알이 되기 위해 다시 우뚝 서겠노라”는 다짐을 잊지 않았다.

    필자에게 늘 ‘우공이산(愚公移山)’의 고사성어를 가슴에 품고 산다는 말을 했던 그다운 기개가 엿보여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다.

    실제로 그는 낙선 이후 “참담함을 이기고 국민과 민주주의의 승리에 동참하겠다”는 뜻을 더욱 분명히 했다.

    이번 선거로 인해 김과 허가 큰 교훈을 얻었다면, 이번 낙선은 그리 절망적인 것만은 아닐 것이다.

    모쪼록 이번에 낙선한 두 후배가 그 절망을 딛고 새롭게 시작해 주기를 바란다. 필자는 김과 허의 진정성을 믿기에 그들의 힘찬 출발을 기대하는 것이다.

    아울러 당선자인 우와 박은 이번 승리에 자만하지 말고 유권자들의 뜻을 기억하면서, 초심을 잃지 않는 의정활동을 끝까지 전개해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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