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시장은 CEO인가

    고하승 칼럼 / 시민일보 / 2004-05-23 21: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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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국장 고 하 승
    {ILINK:1} 필자는 우연히 ‘월간 조선’에 실린 이명박 서울시장의 글을 접하게 됐다.

    우리는 서울지역의 유일한 지역일간지다.

    따라서 어느 언론사보다 서울의 문제점을 잘 알고 있으며, 그런 안목에서 바라본 그의 글은 참으로 가관이었다.

    그는 ‘부채를 줄여야 진짜 성공’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CEO시장이 빚은 태산같이 지어 놓고, 일은 잔뜩하고 가더라도 그것은 자격이 없습니다.

    부채는 줄이고 일은 남보다 더 하고 가는 것이 CEO가 해야 할 역할입니다. 제가 서울시장으로 취임하고 오늘까지 똑같은 일을 다 하면서 1조3000억원의 예산을 절감했습니다”

    그러나 서울시장은 분명히 기업의 월급쟁이 사장과는 다르다.

    서울시는 지난달 26일 시내 100여개 노숙인 쉼터와 6개 공공병원에 공문을 보내 “중증질환 노숙인의 무분별한 의료구호비 사용으로 과다지출 문제가 야기됐다”면서 노숙인이 통원치료할 경우에만 의료구호비를 지급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주민등록 말소 등으로 인해 노숙자가 관할 구청의 신분확인을 받기 힘든 상황에서 만성·중증질환 노숙자 의료지원의 핵심인 입원과 수술에 대한 의료구호비 지원을 사실상 중단한 것이나 다를 바 없다.

    물론 의료구호비 중단 이유는 그의 지론처럼 ‘복지’는 돈이 안되는 사업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이 과연 정당한 시정방침인가. 그렇지는 않다. 기업이 이윤추구를 하는 것과 똑같은 방식으로 시정을 전개해서는 안된다는 말이다.

    이 시장은 또 ‘자신은 민주적’이라며 이런 말도 했다.

    “저를 두고 어떤 사람들은 ‘불도저 시장’이라고 해요. 저를 잘 알지 못하면서 현대건설에 있었다는 것으로 불도저라고 합니다. 하지만 실제로 저는 철저한 계산을 합니다. 일을 계획하기까지는 치밀하게 계산합니다. 또한 굉장히 민주적입니다. 한 사람 얘기만 듣는 게 아니라 여러 사람의 의견을 듣고, 또 세계 전문가의 사례와 정보도 듣습니다”

    그러나 이 시장을 자신의 말처럼 민주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얼마전 서울문화재단 출범식이 있었다.

    하지만 바로 그날 문화연대 등 25개 시민·문화단체로 구성된 ‘서울문화재단의 정상적인 출범을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는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화재단 규탄’성명서를 발표했다.

    그 과정에서 민주적인 절차를 따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더구나 서울시는 지금까지 서울문화재단 사업 진행의 전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고 있다.

    온갖 의혹투성이라는 말이다.

    특히 유인촌 대표 선정과정은 민주적 절차를 무시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시의 발전, 서울시민들의 복지 증진을 위해서라도 이 시장은 자신이 CEO라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서울시의 부채를 줄이는 것보다 중요한 것이 서울시민들의 삶의 질 향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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