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려면 제대로 굿을 하라

    고하승 칼럼 / 시민일보 / 2004-07-01 20:5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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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 하 승 편집국장
    {ILINK:1} 열린우리당이 ‘탈당 도미노’로 위기의식에 빠졌다.

    아마도 한나라당 박창달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 부결에 열린당의원 30~40명이 ‘동참’했다는 이유 때문일 것이다. 실제 열린당 홈페이지에는 분노한 당원 네티즌들의 글이 산더미처럼 쌓여가고 있다.

    하기야 열린우리당의 실책이 어디 이 것 뿐이겠는가.

    이라크 추가 파병과 신행정수도 건설,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 문제 등 정부와 여당의 모습은 이제 그 지지자들로 하여금 인내의 한계를 넘어서게 만들고 말았다.

    게다가 문화관광부 장·차관이 성균관대 교수임용 과정에서 인사청탁을 했다는 의혹마저 제기되고 있는 마당이다. 물론 좀더 지켜봐야겠지만 만에 하나라도 이것이 사실이라면 정말 실망이다.

    이런 상황에서 박창달 의원 체포동의안 부결에 여당 의원 중 30여명이 가세한 것으로 나타났다는 사실은 참을 수 없는 분노를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오죽하면 최근 며칠간 우리당 홈페이지에 “당비가 아깝다”, “당원이라는게 창피하다”며 탈당을 선언하거나 “국민에 대한 배신행위”, “임시 전당대회를 빨리 열어서 지도부를 교체하자”, “우리당 당사에 화염병이 날아갈 것”이라는 등 당원과 지지자들의 질책성 글로 도배되다시피 했겠는가.

    지금 이라크 추가 파병을 강행해 진보성향 지지층이 실망감을 느끼고 이탈을 결행하고 있는가 하면, 신행정수도 건설 추진과정에 소외감을 느낀 서울과 수도권 지역 주민들의 이탈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더구나 여야가 당리당략을 추구하느라 협상을 지연시켜 결국 국회의 원구성이 한 달 가량 늦어졌는데, 당장 시급한 민생문제가 산적한 마당에 원구성이 이처럼 늦어지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우리당의 지지율은 20%대로 급락했다. 지난 총선에서 152석을 밀어줄 정도로 여당에 높은 기대를 걸었던 유권자들이 최근 정부 여당에 대해 강한 실망감을 노골적으로 표출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누가 뭐라고 하든 지금 여당은 창당 이래 최대의 위기상황을 맞고 있다. 초심으로 돌아가서 창당 때의 비상한 각오와 위기의식을 갖고 자신을 채찍질해 나가지 않는다면, 열린우리당은 존재의 가치가 없다.

    지금 지지자들과 당원들은 열린우리당을 향해 이렇게 묻고 있다.

    “우리는 당신들이 제대로 일을 할 수 있도록 17대 국회에 멍석을 깔아주었다. 그 위에서 굿을 하는 것은 바로 당신들의 몫이다. 멋지게 굿을 하라고 깔아준 멍석위에 기껏 오줌이나 지린다면 그 멍석이 무슨 필요가 있겠는가.
    필요 없는 멍석이라면 우리는 언제든 이를 걷어 들일 것이다. 자 어찌 할텐가”

    이제는 열린우리당이 답을 할 차례다.

    천정배 원대 대표가 어제 국회 대표연설을 통해 “의결시 의원실명제를 도입해 면책특권과 불체포특권을 합리적으로 제한하겠다”고 밝혔으나 이 정도 사탕발림으로는 어림도 없다. 정치개혁과 국회개혁 완수를 위한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제시해야 한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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